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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돌을 멈추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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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엔 다 때(時)가 있다고 한다. 10대에는 소설과 시를 읽어야하고,20대에는 철학을 약간 알아야 하며,30대에는 두 발로 땅 위에 서야 한다고 한다. 10대에는 감성이 깊기에,20대에는 큰 희망 아래 서서히 세상과의 만남을 연습해야 하기에,30대에는 세상과 현실적인 끈을 이어야하기 때문이다.
바둑에도 때가 있다. 10대 이전에 바둑을 시작해야 프로에의 입문이 가능하며,20대 이전엔 가진 바 공부의 힘을 다 쏟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이 현상은 최근의 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17세기 도사쿠(道策)의 다섯 제자는 이미 10대에 바둑의 기성이랄 수 있는 스승의 경지에 육박했다. 그 증거는 남아 있는 기보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현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도사쿠 이래 300년만에 바둑의 혁명을 이룩한 오청원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14세에 이미 반(半) 점(点) 정도만 부족했다고 말씀한 바 있다. 10대의 대대적인 등장? 아마도 그런 표현은 우리가 자신만의 시세(時勢)에만 사로잡혔기 때문 아닐까? 예술이나 문학,바둑에서 뛰어난 인물은 언제나 10대에 벌써 싹수를 보였다.
빼어난 인물이 아니어도 삶의 때는 중요하다. 물론 반상도 다르지 않다. 프로는 승부에서 때에 민감하다. 생활을 조절해 바둑의 리듬을 잡기도 하며,반상의 리듬에 따라 공부를 조절하기도 한다. 분명한 건 시간과 공간을 칼로 자르듯이 사용하되 따분한 스케줄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 프로는 집중할 때를 안다. 집중하지 않으면 프로의 자격이 없다.
기보를 볼까. 언젠가의 예선 바둑인데 초반에 손이 빨리 나가서 흑1,백2의 순간엔 3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1시 점심 시간이다.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 점심을 먹으러 나가야 하나? 아니다. 수순이 세찬 물살처럼 급하니 여기서는 그냥 두어야 한다. 흑a,백b,흑c의 축은 성립되지 않으니 흑은 A,백b,흑B로 둘 수밖에 없다. 자,그러면 백은 c냐,C냐,D냐? 그 판단은 어렵지만 여기서 분명한 것은 바로 돌의 흐름에 빠져야 한다는 것.
때를 놓치면 돌의 감정이 사라진다. 그날은 31국 중에 5국이 점심을 거르고 두었다.
(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2003-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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