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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처럼 서로 의존하는 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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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이상하지 않아?”
흑1이 놓여지는 순간 조훈현 9단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동시에 반상에서 눈을 뗀 안조영 7단이 고개를 들며 안경 너머 맑은 눈을 반짝인다. 침묵으로 질문을 대신하면서….
“A나 B 정도 아닐까? 흑1은 좀 엷잖아?” 다시 기다리는 침묵. “우변 백이 두터우므로 A나 B에 둬야 하지 않나?” 후배들에 둘러싸인 조9단은 말끝을 약간 올려 질문에 대한 답을 주면서 주위를 돌아본다. 안7단은 흑1을 들어내고 A와 B에 번갈아 착점하며 동료들의 이해를 돕고.
그렇게 10여 초 지났을까. 흑1에 대한 의문과 답이 왔다간 시간은.
“흑1이 이상한 이유는 C의 침입 때문이 아니다? A나 B를 두고 싶다는 감각이 터지는 까닭은 좌변으로부터 만 리나 멀리 떨어져 있는 우변 백의 두터움 때문이다?!”
필자의 내면이 의문과 감탄으로 차 오르는 순간 반상이 파도처럼 다가오는 모습을 본다. 날줄과 씨줄로 엮인 19줄의 반상이 마치 그물처럼 느껴진다. 그물의 어느 한 쪽을 잡아당기면 그물의 모든 것이 출렁이며 반응하지 않는가.
반상은 하나의 그물과 같다. 그렇다. 반상은 그물이다. 361개의 점들은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착수는 이미 놓여진 다른 돌에 의해 영향받으며,착점의 순간엔 다른 돌의 의미 또한 변한다. 반상의 모든 것은 세상과 같이 서로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훈현의 자택 거실은 원을 그리면서 둘러앉은 50명이 넘는 젊은 프로들로 넘쳐났다.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조훈현은 3시간 가까이 후배들의 바둑을 검토하면서 연구를 주도했고.
조훈현이 연구에 정진하는 후배들을 불러 한 때를 같이 하고 감각을 나눈 그날. 이제 갓 입단한 소년부터 29살의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한 이창호는 물론 승부와는 담을 쌓은 필자까지 참여한 그날. 반상은 열정으로 진지했고 동심원을 그렸던 프로들의 눈빛은 내일에의 희망과 활기로 가득찼다.
프로만 있었던가. 아니다. 기자와 관전필자 등 바둑의 인연으로 세상의 그물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리를 같이 했다. 그날 오후 내린다던 비도 정원에서의 저녁을 알았는지 밤 이슥해서야 내리고...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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