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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나름의 안목 하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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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KT배 마스터즈 결승 1국이 있던 4월5일 한국기원 1층 스튜디오. 유창혁 9단이 우상귀에서 큰 착각을 하여 대국은 허망하게도 이세돌 6단의 불계승으로 일찍 끝났다. 검토에 몰두하면서 모두들 이6단의 빠른 수읽기와 예리한 감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날 필자는 몇몇 분과 함께 이6단 옆에서 저녁을 했다. 축하의 자리?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자리. 이런 저런 화제로 가볍게 소주 한 잔 나누는 자리였다.
자연스레 우상귀에서의 유사범 실수에 대해서도 한두 마디 나왔고 초반 백1의 축머리에 대한 질문도 던져졌다. 당연한 걸 물었다고 생각했지만 답은 예상 밖이었다.
이6단이 흑의 입장이라면 무조건 축을 해소하고 본다는 것이었다. 기보를 보자. 백7까지는 실전인데,백1에 대해서는 흑이 4로 따서 백에게 A의 젖힘을 허용한다고 술회한 것이다. 그 다음엔 흑B,백C가 절대의 수순인데 좌우로 갈라진 흑이 나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이후에 대해서는 이6단 스스로 생각도 않았으며,다만 “몰라도 그렇게 둘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 모른다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기세(氣勢)로 따내고 본다는 것일까? 또는 실전처럼 진행되었을 때 백1 흑2의 교환이 백에게 큰 악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걸까? 당시 해설을 맡은 양재호 9단이나 관전 중이던 양건 6단,한종진 5단,그리고 필자는 실전의 진행을 당연스레 보았는데….
모든 것이 애매하다. 설령 이6단이 하나 하나 세세히 자신만이 보아둔 수읽기와 평가를 다 보여준다 해도 이6단 스스로도 결국은 그렇게 둘 수밖에 없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몰라도 그렇게 둘 수밖에 없다”는 표현에는 자신감을 넘어서서 이6단이 알고 있는 그 어떤 세계가 묻어 있는 느낌이다. 이6단 역시 나름의 안목을 세운 것이다. 그렇다. 모호한 초반엔 스스로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반상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웬만큼 알아야 자신의 안목도 세운다는 역설(逆說)에 범인(凡人)은 어떡하나?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 관련기보는 제2기 KT배 결승1국, 유창혁 9단과 이세돌 6단의 대국이다.
●...관련글 보기
이세돌 그 푸르디 푸른...(손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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