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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 앉은 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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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았기 때문이다.' 17세기 새로운 우주관을 제시한 뉴튼(Isaac Newton)의 말이다.
최근 전문가들에게 20세기의 기사 10명을 추천할 것을 의뢰한 {바둑}(12월호)에 따르면, 오청원(吳淸源)이 이론의 여지없이 최고의 기사로 꼽히고 있다. 당연한 평가이다. 우리 모두, 오청원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난장이인 것이다.
그는 평균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 구체적인 착수의 원리를 연역적으로 도출, 이론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보여주었다. 누구나 두는 중앙이었지만,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반상의 중앙을 개척한 것은 1930년대 그의 천재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였다. 한 마디로 그는 사고의 지평을 널리 확장하였다.
예를 들어보자. 반상에서 균형 잡힌 점을 착수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기보에서 흑1의 천원은 어떨까. 흑1은 추상적으로 볼 때 균형이 가장 잘 잡힌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균형이란 반상에 있는 돌들을 조화, 활용시킬 수 있는 위치'라는 그의 표현을 이해하면 흑1은 그렇게 좋은 착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흑1을 두지 않고 백이 먼저 그 자리에 두었다고 가정해보자. 흑은 단지 돌을 연결하며 지키기만 한다.(백1, 흑A, 백B, ...) 그리고 중앙 백을 노리면서 흑G로 좌상귀의 백을 압박한다.
어떤가? 흑이 좋다. 그렇다면 백1을 두는 것은 좋지 않으며, 백은 서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흑1도 급하게 서둘 곳이 아니다. 반상의 평균되는 자리가 좋은 곳만은 아니다. 반상에 있는 돌들을 조화, 활용시킬 수 있는 위치가 중요하지, 추상적인 평균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新布石法}(1933)에 넘쳐난다. 그 책은 기타니(木谷 實), 야스나가(安永 一)과 함께 오청원이 펴낸 바둑 역사상 최고의 이론서. 바둑의 비대칭성, 조화란 무엇이며 세력이란 무엇인가 등등, 사유의 창(窓)을 열고 지평을 넓히는 천재성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책이다.
(문용직 프로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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