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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년만에 되돌아보는 바둑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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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가 여러분, 다음 기보는 어느 시대의 바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흑이 좌하귀에서 ▲로 붙여온 장면입니다. 백1로 2에 빠지면 흑1로 공격당하여 백이 곤란합니다. 그러므로 백1은 당연하며 흑2도 작은 듯하지만 큰 수입니다. 백3은 상변을 제한하고 좌변을 넓히는 요처이며, 흑4는 A의 젖힘을 예방한 수입니다. 백5는 중앙과 우변을 넓히는 이 한 수. 견실한 흑6에 대해 백7이 백3, 5에 호응하는 호쾌한 발상. 다음 흑'가'로 뛰어 들어가 난전(亂戰)이 되었습니다만, 백의 웅대한 구상이 돋보입니다.
1930년대 신포석 시대의 바둑인 듯도 하며, 다께미야(武宮) 9단의 우주류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기보는 1670년 혼인보(本因坊) 도사쿠(道策)와 야스이 치테쯔(安井 知哲)의 바둑입니다. 도사쿠가 백.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도사쿠는 기성(肌聖)으로 불리는 천재입니다. 그는 변을 활용하는 바둑을 처음으로 두었고, 19줄 바둑의 특성을 살린 세칸협공을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돌의 효율을 정립시킨 이론가이기도 합니다. 바둑에 구조주의 패러다임을 도입한 인물이지요.
언뜻 보아 이 바둑은 중앙을 중시하는 현대 바둑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그는 중앙의 개척을 포기하고 3선을 기간(基幹)으로 하는 포석을 발전시켰습니다.
잘라 말하면, 단 한 수로 귀를 결정하는 화점이나 3三, 중앙의 세력과 두터움에 대한 그의 이해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그의 발상은 300년 이상 반상을 지배하였으며, 1930년대에 와서야 겨우 극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이 기보에서 한 천재에 의해서 제한되는, 지식의 그런 한계를 발견할 뿐 아니라, 약 300년 후에야 비로소 꽃피우게 되는, 새로운 세계의 맹아(萌芽)를 엿보기도 합니다. 광대한 바둑의 세계에서 인간의 한계를 보는 서운함과 함께. 지난 토요일은 이 바둑이 두어진 지 329년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문용직 프로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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