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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다르다，당신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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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천년간 바둑의 규칙은 변해왔다.반상도 17줄에서 19줄로 변했으며,우리나라의 순장바둑과 중국의 사전포석제도 사라졌다.그러나 사라지는 것이 있으면 새로이 움트는 것도 있는 법.
벌써 수십년은 되었지만 대만의 응창기(應昌期)씨는 ‘응씨규칙’이라는 독특한 규칙을 선보였다.보급에도 열정이 대단하여 상해에 18층의 바둑학교를 세웠다.미국 등 서구에도 매년 상당액의 지원을 계속,응씨규칙의 세계적 보급을 위해 유언으로 재단까지 만들었다.그의 지원을 받으면 그의 규칙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그런데 그의 규칙은 묘한 것이 적지 않다.‘응씨규칙논문집’에 나온 모양을 하나 펴보아 그 합리성을 생각해보자.
기보의 우상귀를 먼저 보자.우리의 규칙에 의하면 우상귀는 흑이 죽은 모습이다.흑이 A,B를 메운 다음 C로 따내면 흑이 한 수 빠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응씨규칙에서는 다르다.우하귀를 보면,흑▲을 흑이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좌하귀.백은 따내고 다시 한 수를 둘 수 있는데-따낼 때 가일수할 필요가 없으니까 X -그러면 흑▲를 둘 수 있다.그 결과는 좌상귀,즉 빅이 된다.
어떨까.이런 규칙에 합리성이 있을까? 필자는 고개를 끄덕인다.참신한 착상이다.반상에는 자유가 무엇보다 우선이다.자유로운 착상도 규칙으로 제정하면 곧 자유의 한계가 다가오지만…. 무엇으로 그의 착상을 부정할 수 있을까.세상에 규칙은 얼마든지 다양해도 좋다.적어도 반상에서는.그러면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다.새로운 세계가 열린다.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때문에 규칙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관념의 변화가 있기에 신세계가 전개되는 것이다.
현재 한·중·일 모두 규칙이 다르다.응씨규칙을 재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즘 한국 바둑계에 프로 입단제도의 검토,바둑의 체육화 전환,프로기전의 합리화 등 개혁의 바람이 일기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응씨규칙이다.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면 누구라도 응씨의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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