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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언젠가 썩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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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8강에 오른 8명 중 7명이 한국기사들이었고,중국이 남은 한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다.일본은 모두가 패퇴하고.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고바야시 9단이 16세의 원성진 5단에게 진 것이나,조치훈이나 왕리청 왕밍완 등 현재 일본의 최고수급들이 모두 패퇴한 그 극단적인 쇠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본의 쇠락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필자 견해로는 그 이유가 세대교체의 실패에 있다고 본다.아이러니컬하게도 조치훈이나 고바야시 등 일본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세대의 존재 자체가 바로 세대교체의 실패 요인이 아닌가 한다.이들이 너무도 강했기에 후배들은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들 스스로도 정체된 것 아닌가 한다.고이는 물은 썩는 법.물은 흘러야 하는 법.그리고 일본의 기전은 예선이 3차까지 나뉘어지고,본선은 대부분 리그전으로 치뤄진다.기득권층의 이점이 최대한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그 점 또한 후배들의 등장을 억제했을 것이다.
역으로 우리나라를 보자.한국의 경우 정밀한 훈련을 받지 못했던 기성세대들은 실력이 약했다.따라서 1990년대 이후 이론과 실전으로 단련된 후배들은 쉽게 선배들을 제칠 수 있었다.자신감이 온 몸에 붙고 바둑에도 배어나 세계정상급의 바둑을 둘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세대 순환을 잠깐 엿볼까.IMF 이후 우리는 급격한 세대교체를 맛보았다.사회의 중추세력이 50대에서 40대로 낮아지는 현상을 목격한다.사회의 지배세대는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교체된다.바둑의 세계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고바야시 9단(백)과의 대국에서 멋진 감각으로 승리를 거둔 원성진 5단의 바둑을 보자.백A에 흑B가 날카로운 감각.다음 백C면 흑D로 중앙을 공격하고 백E면 흑C로 좌변을 밀어간다.자신감이 넘치는 기백의 한 수로,과연 한국의 10대는 패기만만하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5.09)
○... 관련기보를 클릭하면 고바야시 고이치 9단과 원성진 4단의 제7회 LG배 1회전 총보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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