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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에 전하는 입춘단상（立春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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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난 지 벌써 사흘.감회는 떠나지 않는다.해는 늘 돌아오고 꽃이 피고 지는 시간도 항상 하나로 통하지만 반상에서 입춘을 맞이하는 일은 해마다 새롭기만 하다.
입춘 날이었다.임선근 9단을 만난 것은.그 날 임9단은 저서의 마지막 손을 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이기려면 버려라’,그것이 그의 책 제목이다.“뭐야,이거.누가 버릴 수가 있는 건가.임 사범은 버릴 수 있어?” 약간 시니컬하게 농담하는 버릇으로 한 마디 해본다.“아,그러나 버리려고 노력은 해야지 않겠어? 날이 갈수록 상념은 쌓이기만 하는데…”.필자의 밝은 농담에 약간은 낮은 목소리로 답하는 임9단.갑자기 궁해지는 필자！
임9단이나 필자는 올해 45살이다.뭔가가 심각해지는 나이.중년의 위기라던가.그 점은 반상에서도 변함이 없다.반상도 심각해진다.우리 나이로 45살이면 프로기사로서 한계에 도달하였다고 한다.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대부분의 기사들이 나이 40세 근방에서 승부와 생활의 흐름이 역전한다.체력은 쇠약해지며 정신력 또한 뒤따르지 않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임9단의 저서 이름이 ‘이기려면 버려라’이지 않는가.짐이 무겁다면 좀 더 많이 버리면 되지 않겠는가.반상에서도 생활에서도 좀 더 버리면 되지 않는가.임9단의 저서가 희망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내용 하나를 보자.최근에 가끔 시도되는 미완성 정석 수순인데,흑1,3,5가 과감한 변환.좌상귀를 가볍게 보고 우상귀를 선착하여 흑이 둘 만하다.백도 굳이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과감하게 석점을 버린 흑의 태도가 돋보인다.흑1을 6,백A,흑B,백C면 복잡하게만 된다.
버리면 반상은 때로 이처럼 쉽다.그러나,그러나！ 우리가 삶에서도 자신을 과감히 변화시킬 수가 있을까?그러려면 가진 것을 버려야만 할텐데.가진 것을 버려야만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좀 더 나은 자아를 가지는 길일텐데….
입춘！ 입춘이라면 절기가 바뀌는 그 해의 중요한 전환점이다.입춘대길(立春大吉)의 뜻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의 마음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2.07)
○...'입춘대길(立春大吉),건양다경(建陽多慶).'의 의미
-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立春.2월4일)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써붙이는 대표적인 글귀(사진)다.이같이 새로운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써붙이는 글귀를 '입춘첩(入春帖)'이라한다.
- 봄을 기리며 집안과 나라의 앞날을 기원하는 글귀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뜻은 '봄이 오니 매우 좋고, 밝은 햇빛이 비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것이니 결국 일년내 좋은 일이 많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벌써 2002년이 6개월도 남지 않았고 8월 8일은 입추였다. 남은 2002년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구성 : Cyber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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