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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프로라도 수준은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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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프로기사다.프로? 그렇다.적어도 바둑에 대해서는 아마추어가 볼 때 모르는 것이 없는 프로이다.
그러나 필자는 알고 있다.내 자신이 알고 있는 바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에 대해서.필자는 긍정하고 있다.나 자신이 이창호와 둔다면 치수를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아마도 선 둘 치수가 아닐까? 두 판을 둔다면 한 판은 덤이 없는 선(先) 바둑,한 판은 두 점을 놓는 바둑.
같은 프로인데도 그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에 대해서 어떤 분은 겸양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그러나 아니다.오히려 자만(自慢)이 남아 있는 것 아닐까.같은 프로지만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그런 이창호가 얼마 전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결승을 앞두고 한 마디 했다.“요즘 선생님 기보를 보니 창하오가 잘 안될 것 같다”고.그 예측 그대로 조훈현이 중국의 창하오에게 2 대 1로 이겼다.
놀라운 일.예측을 할 수 있다니! 물론 기보를 보면 그 바둑이 어느 정도 생기(生氣)가 있는가를 짐작은 할 수 있다.그러나 그것으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 평범한 프로인 필자는 그저 감탄할 밖에.
그 얼마 후 지난 금요일에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이 광주에서 열렸다.준결승에 오른 기사는 조훈현과 이창호,유창혁과 이세돌.누가 이겼는가.유창혁이 완승했고 조훈현은 역전승하였다.특히 조훈현의 바둑을 보면 서릿발 같은 감각이 승리를 이끌어냈음을 알 수 있다.
기보를 보자.백5가 불리한 조훈현의 예리한 승부수.다음 흑A,백B,흑C,백D까지 진행되었다.하변의 백1,3은 중앙을 두껍게 하여 백5를 가능하게 만든 수이고.백5와 같은 수는 돌과 돌의 부딪침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없으면 착상할 수 없는 수.감각이 살아있다 하겠다.
그건 그렇고,이런 기세를 기보를 보고 미리 알아낸다?이창호가 말했듯이 기보를 보면 바둑이 어느 정도 살아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대단하다.과연 아는 자는 아는가보다.프로의 수준도 천차만별.아는 수준 만큼 알 수 있다.
(문용직 프로4단 2002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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