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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바둑의 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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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행복하다.즐거운 바둑,그 즐거움을 직업으로 삼기에 프로는 행복하다.
프로는 불행하다.수직으로 떨어지는 관념의 언어들.그 미묘한 파장을 딛고 사고가 난무하는 반상에서 살아야만 하는 프로들.프로들은 불쌍하다.파문을 일으키는 관념,관념들.그 파장은 넓고도 미묘하다.그 속에 갇힌 프로들은 불안하다.관념이 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이었다.기사실에 있노라니 목진석 6단이 “이것 하나 보실래요”하면서 선물을 하나 준다.다음 기보가 바로 그것.
우상귀를 먼저 보자.백1로 백이 흑을 잡으러 간 장면이다.다음 흑A면 백B로 흑이 죽는다.그러나！ 아래쪽을 보자.흑2로 따내면 패감이 없는 백은 C로 흑 두점을 따낼 수밖에 없다.그러면 흑은 □에 먹여친다.백은 패를 따내고.흑은 ▲에 두어 백 두 점을 따낼 수 있다.그러면 백은 다시 ○에 먹여치고.그 다음은 흑이 2로 두고,백C,….
바로 장생(長生)이 성립되는 것이다.그것 참！ 이런 모양의 장생은 필자도 처음 보는 것으로 아마 역사상 처음 드러나는 형태가 아닌가 한다.장생！ 모두가 꿈꾸는 장생！
그런데 목6단이 어떻게 이 형태를 발견하였는가가 궁금하였다.“어디서 구한 거지?” “다른 수를 생각하다가 우연히 이 형태가 머리에 떠올랐어요” “그래?정말 재미있는 형태인데！”
그것 참 놀랍기도 하다.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기도 하다.프로는 외로운 직업.가만히 있어도 머리 속에서 돌들이 왔다 갔다하면서 파문을 일으킨다.강박은 숙명처럼 프로에게 다가온다.수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미세하고도 섬세한 무늬들처럼 반상의 돌은 머리 속에서 고동(鼓動)을 친다.
프로는 외롭다.머리 속을 맴도는 반상의 관념들 속에서 잠 못 이루는 프로는 외롭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 알 수 없는 무늬를 만들 때 프로는 행복하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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