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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는 시간과 승부， 그리고 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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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둑의 제한시간이 또 다시 줄어드는 경향이 보인다.국내 최대의 기전인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은 본선의 제한시간이 각 20분에 초읽기 30초 3번이다.이 점이 승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좋은 점을 들자면 박진감 넘치는 감각적인 바둑을 팬들에게 선사한다는 데 있다.그리고 승부를 일찍 맛보게 한다.일본의 8시간 바둑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의 3시간,4시간짜리 바둑도 팬들에게는 승패를 기다리게 하는데 지치게 만드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단점을 들자면 아무래도 실수가 보다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수를 읽고,읽고,또 읽고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감각에 의존하고,그 감각은 검증의 과정을 잃게 된다.
왜 이런 단시간 바둑이 최근 생겨날까? 그것은 정보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신문에만 의존해왔던 바둑이 TV, 인터넷 중계,위성방송 등으로 그 영역을 활발하게 넓혀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둑의 승부는 공정한가?
그렇다.시간은 공정하게 주어지는 것,승부가 공정하지 않을 리 없다.
내용은 어떤가? 4시간짜리 바둑에 비하여 내용이 떨어지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실수가 많아지는 경향은 있지만 그 자체가 곧 반상의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오히려 바둑을 격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며,또 승부의 호흡을 가쁘게 함으로써 팬들에게 다른 바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실수는 상대의 호수(好手)를-평상시에는 숨어있는-드러내줌으로써 팬들에게 바둑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다음 기보를 보자.A와 B를 맞본 백1,3이 실수.흑4 빈삼각의 묘수가 숨어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백1은 A 정도로 받을 곳.유창혁 9단(백)과 서능욱 9단간의 대국인데 승부를 결정지어가는 호흡이 만점이었다.백1,3의 실수가 없었다면 어찌 흑4 빈삼각의 묘수를 우리가 만끽할 수 있겠는가.
(2001.11.22 / 문용직 프로四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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