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은 고마운 곳. 내 젊은 시절 희망과 좌절을 보낸 곳. 그 기원이 얼마 전 나에게 답을 하나 안겨주었다. 과연 바둑의 승패는 전체적으로 50%인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으니 승패는 분명히 반반이다. 그래도 그런가.

출발을 이리 해보자. 예전에 보면 잘되는 기원이 있었고 파리 날리는 기원이 있었다. 왜 차이가 있었을까. 길목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는 자연스레 애기가들이 몰리기 때문일까. 그건 당연하다. 그런데 잘되는 기원에는 1급이 많은 경향도 있었다. 왜 그럴까. 후자만 생각해보자.

1급이 많은 기원엔 3급도 5급도 10급도 많았다. 다양한 실력자가 상주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편차가 성립되었을 수도 있지만, 다음 기억도 회상해보자. 1급이 두는 자리엔 사람들이 에워싸곤 했다. 얻기 힘든 긴장 속에서 모르는 수를 배우는 즐거움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잘 두는 1급들에겐 기원은 기료를 받지 않곤 했었다. 그렇다. 1급이 우대받는 기원에는 1급들이 모이게 된다. 자연히 그 아래의 실력자들도 하나 둘 모이게 된다. 1급이 배움과 즐거움의 기회를 보다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런 기원은 반갑다. 모두가 유쾌하다. 5급도 시간이 지나면 3급이 될 것이고, 두는 맛도 이기는 맛도 보다 깊이 알게 된다.

자, 그런데 만약 기원이 1급을 잘 대우해주지 않는다면? 3급 5급이 1급의 바둑을 가벼이 보고, 1급의 맘을 불쾌하게 한다면? 그런 기원엔 1급이 가지 않게 된다. 바로 그럴 때 그 기원의 전체 승률이 어찌 될 것인가. 승률이 떨어진다. 승률 높은 1급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렇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경쟁과 보상이 충분한 사회, 그런 곳은 발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재밌는 현상 하나는, 당신이 많이 패배하는 기원은 좋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력자가 많은 곳이니까. 아니 그런가? 하하. 개인과 사회의 갈등과 조화는 그런 것이다.

기보는 얼마 전 기원에서 본 두 점 바둑. 흑2가 멋졌다. 백A는 흑J까지 그만이고, 백C 또한 흑A로 그만. 백B도 안 되는데 그건 연구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