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잘 잡힌 바둑과 그렇지 못한 바둑이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실력은 비슷하다. 왜 그런가.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

누구나 답할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그러나 현실은 근거 있는 이해를 원한다. 근거 없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그러나 그 차이는 크다. 논리가 부족하면 자신의 한계를 자신이 모르게 된다.

짧은 지면이니 하나만 생각하자. 프로가 접바둑을 두는데 상대는 기본기 좋은 1급(A)과 부족한 1급(B)이다. 프로에겐 누가 더 어려울까. 내 경험으로는 A를 3점 접는다면 B는 4점, 5점까지 접을 수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기보 우변은 내가 본 B의 바둑. 백2 이하의 행마가 매우 느리고 효율도 낮다. 만약 A가 두었다면 자연스럽게 좌변의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흑9를 a에 두면 백b로 행마할 것이고. 행마와 착점의 효율성은 집으로 환산되는 것. 모든 착수는 착상에 다름없는 것. 착상의 차이는 반상의 효율 즉, 승부의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면 왜 A는 B와 맞둘 수밖에 없는가? 그건 서로가 아는 폭에서 차이가 있고, A는 프로와 달리 B의 약점을 응징할 실력이 어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문제는 ‘바로 지금’이 아니라, 과정이 다르고 미래가 다르다는데 있다. A의 경우 1급이 되기 위한 과정이 책을 보아 3년이 걸렸다면, B는 10년은 걸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1급이라도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 즉 발전 가능성에도 차이를 갖는다. 기본이 부족하다는 것은 앞선 사람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한, 제한된 식견 속에서 사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즐기지도 못한단 말인가. 하하. 아니다. 그건 다른 얘기. B의 기본기 부족도 책이 없었다든가 하는 주위의 조건 탓일 뿐이다. 사실, 조건의 중요성을 이해했었다면 B도 노력했을 것이다. 앞서간 사람이나 책을 찾아 물어보았을 것이고, 시간 또한 아꼈을 것이다. ‘나’는 조건을 떠나서 홀로 성장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