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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서울의 2개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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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2월 21일) - 나의 아마 시절 - 서울의 2개월 반
01시 39분.
여름이 다가오면 프로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은 난감해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과 달리 당시는 입단대회가 봄과 가을로 1년에 두 번. 봄 입단대회 후에는 가을까지 남은 시간이 만만찮은 숙제가 된다. 아마추어 바둑 대회는 가을부터 1월까지로 몰려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고성에서의 4개월.
5월이 돌아왔다. 5월. 내 마음은 뒤숭숭했다.
4개월 동안 바둑만을 두었는데, 그러다보니 바둑에 대한 회의감도 다시 싹텄다.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고민. 입단을 하던지, 다른 방편을 찾던지, 그 어느 것이든 결정할 때까지는 흔들리는 불안.
맘이 불안정하면 생활도 불안정한 법.
나는 고성에서의 생활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강해졌다.
그래 떠나자. 흔들리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일단 떠나보자.
5월 중순.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참으로 즐거웠던 시간. 공부도 상당해서 내실이 다져졌던 시간. 고마웠던 시간. 그 시간을 뒤로 하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누군들 그 시간을 고마워하지 않으랴. 1년 후 강만우 군이 입단했을 때 인터뷰 첫 마디가 바로 “權在龍 박사님께 감사드린다”가 아니었던가.
바둑을 잠시 뒤로 하고 서울에 온 나는 대학갈 준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학원 등록은 늦었다. 보통 1월에 수강을 시작하니 타이밍을 놓쳤고, 또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도를 맞추어서 공부하는 것에는 익숙치 못했다. 중학교 때도 언제나 산만하지 않았던가.
참고서를 샀다. 3권. 정통종합영어. 수학1의 정석. 그리고 국어 - 이건 어느 책이더라?
5월 17일.
집에 들어앉았다. 홀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7월 31일까지 집중했다.
처음에는 영어 한 페이지 읽는데 1시간도 넘게 걸렸다.
수학은 예제인지, 뭔지 주제 하나당 한두 문제만 풀고 유제는 눈으로만 넘겼다.
국어도 열심히 했다.
영어가 제일 난감했는데 읽고 또 읽으니 모르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숙어를 모아 놓은 책 뒤편의 첫 숙어가 abide by. 성실하게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자기 전에 그 날 공부한 것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한 번 전 날 공부한 것을 빠르게 눈으로 찍어서 기억에 남겨두었다.
7월 말. 모르는 것을 환히 밝히게 되었다. 아, 알겠다. 이 정도가 되었구나. 내가 어느 실력에 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만 해도 되겠군.
나는 믿는다. 자신이 어느 수준에 오르면 알게 된다고.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알게 된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좀더 바른 이해일까.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것이라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를 알 수 있게 된다고.
과연 그렇다. 비록 내 좁은 경험이지만, 바둑이든 정치학이든, 대학준비 정도의 공부든, 자신이 자신을 알아보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아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모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알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7월 31일.
지금은 잊었는데 뭔가 일이 생겼다. 그래, 산책을 가자. 여행을 가자. 공부도 이제는 지겨워질 때가 되었다. 2개월 반이나 집중하지 않았던가. 집중은 대단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자. 그것이 집중을 크게 요구하는 것일수록 첫 걸음 옮기기가 그렇게나 힘들지 않은가. 일단 그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면 해야만 한다. 그 공간을 견딘다는 것은 그 얼마나 힘든 것인가. 시작이 반인 것이다. 물론 行百里者 半九十里. 그 말도 맞다.
하고 싶은 것은 실로 두려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들이다.
아마도 나는 지쳤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대학 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내가 국어와 영어, 수학만 했다는 것을, 다른 과목도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는 아차! 했지만 말이다.
7월 31일.
나는 대구로 떠났다.
0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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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그때 보신 국어 참고서는,혹시 志學社의,하이라이트 국어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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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사라...저도 본듯. 집중은 참으로 무서운 거로군요. 오늘 글은 인생참고서 같다고할지.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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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