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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固城에는 누가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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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2월 16일) - 나의 아마 시절 - 固城에는 누가 사나
02시 02분.
임선근이 말했다.
야, 너 고성에 가지 않을래?
그래 말이 떨어지게 떠났다.
아니 그래도 심심하고 또 바둑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는 판인데 그 얼마나 고마운 초대랴. 당장 떠났다. 버스터미널, 버스, 밤으로 - 낮이건만 - 떠났다. 오후 늦게 도착했다. 충암 2년 선배인 김동면 선배도, 강만우 군도 함께 떠났다.
도착한 곳은 경남 固城. 강원도 高城은 아니다.
충무와 마산 중간에 위치한 바닷가 읍.
바닷가에 면한 곳에 위치한 권재룡 박사님의 병원. 5층 건물.
박사님은 마침 부재중이어서 먼저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에는 누가 있었나?
정자형태의 건물이 5층이었다. 4층 위에 가볍게 올려놓아 옥상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四面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바둑책으로.
일본 신문 관전기 스크랩
현대花形기사전집
일본囲碁大系
棋道 등 일본 잡지
물론, 우리 나라 잡지와 현현각에서 발행한 책
등등…
또 누가 있었나?
경남 김해에 살던 박수현 선배가 있었다. 이 양반이 방위근무를 끝낼 때던가.
충무의 제정제 선배도 있었다. 아, 이 양반은 두툼한 안경을 끼고 바둑판 앞으로 몸을 기대고 수를 읽곤 했었지. 워낙 대마를 쫒아다니는데 재미를 붙여 대마가 판밖으로 도망을 가지않으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곤 했었지.
김기헌 군도 있었지? 아마. 그래 있었다. 이 친구와는 나중에 서울에서 한 나절에 20국을 두기도 했었다. 관철동 한국기원 4층에서. 속기에 매우 강한 친구라서 고생 많이 했었다. 20국 후에는 뭘 했나? 기원 옆 골목, 탁주집에서 탁주를 임선근과 함께 부었었다. 대화의 속도가 빠른 친구. 느릿 느릿한 임선근과는 반대.
유경남 선배도 있었다. 아, 이 분이 나에게 준 천재기사の기록을 제대로 다 공부하지 못한 것은 미안한 일. 스즈끼의 定石大事典을 수 년에 걸쳐 번역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 부씩 선물하기도 했는데, 정말이지 그 노고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 일본 바둑의 집대성이기도 한 그 두터운 책을 번역하겠다는 발상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진실로 바둑에 몸을 던지지 않고서는 말이다.
또 누가 있었던가?
정대상 선배도 있었다. 수를 빨리 보기로 한다면 조훈현 다음 가지 않을까? 비슷할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 있었을 것이다.
잠깐 하루 들렀다가 다음 날 아침 떠나는 분들도 있었다.
프로를 꿈꾸는 청년들만 자리 잡지는 않았었다. 그냥 바둑이 좋아서 인연이 닿아서 들렀다 가는 분들도 있었다.
또 누가 있었던가?
가만, 박상돈 선배도 있었다. 하! 이 성실한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있었고 또 누군가는 잠시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오고 가곤 했었다. 그래, 우물과 같은 곳이 바로 경남 고성, 권재룡 박사님 도장이었다.
道場이었다.
숙식은 무료.
떠날 때는 차비도 준다.
평소 용돈도 준다.
공부하는데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는다.
자체 리그전을 하도록 해서, 상금도 준다.
또 누가 있었던가.
그런 자유로운 공간이 있었다.
청년들의 공부가 있었다.
아, 사모님의 대범함이 있었다. 많을 때는 20명에 가까운 청년들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싫은 내색 한 번 없으셨다. “박군아, 이리 와 본.” 박수현 선배를 그리 불렀다.
박수현 선배는 일꾼이었다. 이 양반이 또 무던해서 시키지도 않은 일도 해야 한다고 또 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조용히 했다.
다미, 수미, 혜미
따님들 이름이다.
영준, 명준
아드님들 이름이다.
도착하자마자 박수현 선배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도 끝나기 전에 바둑을 세 판이나 두었다. 그렇게나 목이 말랐을까.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주변 동태찌개 집으로 가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는데, 우린 바둑에 좀더 열중했다. 먼저 가라. 나중에 갈께. 이거 마저 두고.
곧 합류했다. 탁주를 큰 양재기에 부어놓고 동태찌개를 안주로 해서 둘러앉아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정말이지 청춘들의 理想鄕에 다름없었다. 청춘이면 때로는 가져야할 그런 미래에의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고뇌가 없다면 그건 청춘의 理想도 있을 수 없다. 과연 입단을 할 수 있을 것인가. 理想의 존재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함께 하는 것이다.
03시 11 분.
바람 한 번 되게 세차게 분다. 창이 들썩들썩. 눈인가 비인가. 바람길 따라 사무치게도 흩어진다. 눈이구나. 길이 하얗다. 어! 추다. 내 어깨를 치네. 아, 내 자판 위 손등까지! 좋아 좋아. 그래야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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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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