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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城碁譜 - 어성기 제도가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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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5일) - 御城碁譜 - 어성기 제도가 준 것
저녁 5시 57분.
이제는 오후가 저녁이라 부르고 싶은 날이다. 그런 나날.
창밖에서 풀내음이 짙게 들어오는 것이 누군가 풀을 베어내는가 싶다. 고개를 밀어 창밖을 바라본다. 음, 안경을 써야겠구나. 냄새만큼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세상에 또 있던가. 없으리. 없으리. 없고 말고.
된장 끓이는 냄새도 풍겨오는군. 아, 저녁이구나. 저녁이야. 나도 저녁을 해야지.
그렇지만 - 잠깐 - 어성기보에 대해서 한 줄 쓰고 싶구나. 저 300년의 시간에 잠시 다녀오고 싶구나. 배가 잠깐 고프면 뭐 어떠리. 고픈 맘에 향을 멀리 할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나와는 거리가 멀지만… 香遠益淸이라는 그런 자주 보는 문장에 나도 가까이 할 자격이 일푼은 생길 건가.
다시 제1권이다.
卷之一
御城碁譜 卷之一
우선 다른 얘기 하나. 요즘엔 중국에서 나오는 바둑책도 꽤 수준이 나아지고 있다. 물론 19세기 이전에 비하면 요즘의 수준이 더 낮은 것이 사실. 중국은 그 동안 너무나 문화적인 그 무엇과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 辛亥혁명을 기준으로 해도 100년.
요즘 좀 괜찮은 서적이 나오는 것을 보니 중국이 지난 20년간 이룬 경제성장의 내용을 일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바둑책은 일본에 비하면 아주 멀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바둑책은 현재 대략 양극화를 이루고 있다.
하나는 집약.
다른 하나는 상업화.
상업화의 다른 표현은 고급화인데 아직 그 여문 바가 매우 설다. 멀었다.
가만 있자. 우리 나라는? 음, 그 중간쯤 되겠군. 최근 중국기원이 오랜 산고 끝에 펴냈다고 자랑한 中國圍棋古譜를 보았는데 좀 심했다. 상업화가 말이다. 고급화를 지향했지만 역시 부풀리는 경향이 심하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비교꺼리가 생겼으니 말이다.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신화가 그런 거다. 구별. 그것이 신화의 심장에 속한다.
인식. 그것도 그로부터 출발하고.
그런가. 그 이전엔?
목소리가 있었나? 그럴 것이다. 목소리는 왜 등장했지? 그거야 성대가 점점 높아졌으니까. 성대는 진화과정에서 왜 높아졌지? 그거야 필요했으니까.
이런 식의 논리는 꽤 우습긴 하다. 그러나 많은 것을 일러준다. 내용이 없다고? 아니다. 있다. 그 방식 자체가 대단한 내용을 펴낸다. 펼쳐낸다.
그래서 卷之一 御城碁譜도 대단한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린 저 御城碁譜에 우리의 뿌리 일부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바둑은 뿌리가 중국과 일본에 있다. 부정하고픈가? 그건 너무 낭만적이다.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세상 살기 편할 터인데 말이다.
세상을 알면 세상이 병이 되고, 인간을 알면 인간이 병의 뿌리가 되는 법.
바둑을 알면 그러면?
바둑책이라도 쓰야지. 시간이 있을 때. 그게 병의 소리다. 처방전? 그런 게 어디 있겠나. 저녁 이슥하기 전인데 그런 무리는 하지도 말자.
御城碁譜 卷之一
시기가 분명한 1626년부터 1863년까지의 기록이 우선 제일 앞에 서 있다.
도서관도 뒤지지 않은 누군가가 큰 소리 치는 세상인 모양인데 바둑에 대해서도 진보하려면 그 바탕이 있어야 한다. 우리 바둑은 어디에서 왔는가.
좁게 한 마디 하면 1626년부터 1863년이라는 그런 이름을 가진 바둑이 우리의 뿌리다. 큰 뿌리다. 하긴 DNA를 얘기하면 고조선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리. 그래도 그 정도인가? 그 이전엔? 그 이전엔? 궁극적으로 소리가 있었다. 그리 될 것이다.
그렇구나. 이 책은 두 시각에서 보아야겠다.
하나는 책 자체에 대해서.
다른 하나는 御城碁 그 제도에 대해서.
먼저 어성기 제도가 바둑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쓰자.
간단하다. 일본 중세 막부(幕府) 시대에 천황은 유명무실한 존재. 장군이 제일의 권력자다. 물론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장군도 무너진다. 오래되면 부실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천황이라. 일본 전국시대에 천황제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냥 세워지고 무너지고 기둥의 일각을 담당하고 上皇이 최고이고 천황이 한 시대에 한 명도 아니고… 뭐 그랬다.
좌우간 권력을 잡은 장군이 제일인 것이 일본 도쿠가와 막부시대. 장군도 그 전에는 그 이후와는 달리 권력이 집중된 존재가 아니었다.
여하튼 장군이 왕보다 나을 때 일본에서 바둑은 봉건시대에 걸맞게 나라의 녹을 타 먹었다. 물론 그것으로 생활한 것은 아니다. 무사 계급과 상인 계급이 바둑을 애호했다. 내기 바둑도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다시 여하튼 바둑이 4개의 가문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게 출발했다. 그래서 경쟁이 도입되었다.
경쟁은 자료를 필요로 하고, 자료는 정리된 자료만이 의미가 있다. 정리된 자료 중에서도 의미가 해석된 자료가 더욱 중요하다.
바로 그것이다. 御城碁 제도가 바둑에 미친 영향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진보한다… 진보…
중국에서 대국자료가 많이 남아있지만 경쟁의 틀이 달랐다. 그건 큰 차이다. 정말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어느 것이 인간적이냐고? 그런 거까지야 어떻게 알랴.
내 보기에 일본도 중국도 기사들은 사회의 평균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노력했다. 높으면 낮아지고 낮으면 높아졌다. 그 波高야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그리 살지 않는가.
어성기 - 그 제도의 상징 하나는 名人 제도다. 名人碁所라고 하던가. 일종의 官職이다.
그것을 가지면 명예와 부를 얻기 쉽다. 그러나 단 하나. 한 시대에 단 하나. 없을 때도 있었다. 空席일 때도 있었던 것이다.
단 하나. 부족하면 귀한 법이라는 것은 古今의 변치 않는 경제학적 진리. 어느 체제에서나 차이가 없다. 그래서 名人을 놓고 결투한다. 이건 결투에 가깝다. 물론 타협으로 협상으로 암묵적 묵계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실력이 말을 하는 자리가 명인이다.
1835년 피를 쏟았다는 吐血之局
그 내용을 보라. 얼마나 절박하게도 명인을 구했는지 알 수가 있다.
물론 그 바둑을 둔 직후 바로 인테쯔가 명을 달리 하지는 않았다. 몇 개월인가 지나서였다. 스승인 인세끼와 바둑도 한 판 두었다.
吐血之局
그 바둑을 보자. 그것으로 어성기 제도가 가져다 준 바둑에의 기여를, 그 무게를 달자. 백을 잡고 이긴 사람은 죠와 명인. 그의 책에 國技觀光이 있는데 그가 일본 중세 바둑의 한 정점이었는데. 그러므로 吐血之局은 과히 일본 중세 바둑 250년의 모든 내용을 집약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68 백70 백80이 그 유명한 죠와 명인의 묘수 3개다.
이제 나도 저 바둑을 담는 것으로 오늘 저녁의 오로 산책은 맺어야겠다.
깊은 저녁 가지시라.
저녁 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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