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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城碁譜 - 기록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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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8월 31일) - 御城碁譜 - 기록의 문화
05시 30분.
아까는 黎明이었는데….
여명이라.
밤 밝혀 들고 뜻을 헤아리는 마음이 저 黎明에 담겼으리.
御城碁譜
난 저 책을 보고 놀라움과 의문을 동시에 가진다.
1) 저런 기록 문화는 민족성에 따른 것일까.
2) 제도에 달린 문제일까.
1) 민족성에 달린 문제라면 일본 민족은 어디에서 그 민족성을 획득했을까.
2) 제도가 가져온 문화라면 그 문화를 가져온 제도는 무엇일까. 만약 이 점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면 우린 그러한 제도를 만들면 된다.
3) 앞서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 점은 분명한 듯하다. 일본 16세기 막부시대가 열렸을 때 그리고 德川막부가 바둑을 지원했을 때, 바둑을 이어가는 宗家는 4대 가문이었다. 本因坊, 安井, 林, 井上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을 어떻게 경쟁시키느냐? 바둑은 본래 경쟁을 벗어날 수 없는 것. 모든 게임이 그러하다. 사회는? 게임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도 그러하다.
일본 德川막부가 선택한 것은 名人碁所라는 제도였다. 바둑에 관한 최고의 결정기관. 그것이 바로 名人碁所다. 누가 그 기관이 되는가? 당대의 제1 실력자가 된다. 물론 그 결정은 많은 경우 정치적인 책략이 개입되긴 하지만 말이다.
名人碁所는 免狀의 발행권 등 많은 결정권을 가진 기관이었다. 그러므로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한 노력은 치열했다. 당대 1명만이 그 자리를 갖는다.
노력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4대 종가는 다른 가문과의 대결을 위해서 자신들만의 秘典을 연구해야 했다. 물론 한 번 드러난 연구는 다시는 처음처럼 써먹을 수 있는 수법은 아니 된다. - 예외가 없지는 않다. 어려운 이론은 몇 번이나 시도해도 잘 모른다. 도사쿠가 실현한 중복 개념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노력이란 무엇인가. 노력을 의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남기는 관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료를 남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기록 문화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바둑에 관한 한, 16세기 봉건제가 성립되면서 4대 가문간의 경쟁이 어성기 御城碁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그 성취에 따라서 가문이 받는 祿이 다르기 때문에 노력은 필요했다. 기록은 필요했다.
하긴 어성기 자체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앞들의 익어가는 벼의 누런 빛, 薄明을 이겨낸 먼 산 바라본다.
언제부턴가 나는 산을 사랑하고 있다. 묵묵히 움직이지 않고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이 빚어내는 유려한 하늘의 곡선을 더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王勃의 藤王閣序 一句
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가을이다.
풀벌레 소리도 애잔하다.
다음 묘수풀이가 있다. 대충 그린 것인데 현현기경에 나온다. 고바야시 9단의 실전에서도 나온 적 있다.
제목은 秋蟬飮露. 가을 매미 이슬 마시니 그 얼마나 頃刻에 이르렀는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굳이 외로이 볼 것만도 아니라는 성현의 말씀도 있었던 듯하니 아름다움에 잠시 적셔보자.
추선음로
추선음로 답
典據는 모른다. 알면 참 좋을 터인데…. 분명히 전거가 있을 텐데 말이다.
오청원 선생의 현현기경을 찾아보니, 예부터 가을 매미 이슬 머금는 것은, 仙化를 의미한다고…. 그런데 仙化가 문제다. 仙이 된다…. 그건 묘한 것. 내 뜻을 모르겠다.
御城碁
저 어성기는 바둑 발달 사상 아주 중요한 계기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두는 바둑의 배경에 바로 저 어성기가 담겨 있다. 16세기 일본 자유배석제를 시작한 그들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노력이 저 어성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어성기는 장군 면전에서 1년에 한 번 11월인가에 두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방금 찾아보니 처음에는 日字가 확정되지 않았다.
뒤에 12월로 정해졌다.
8대 吉宗將軍 때부터 11월 17일에 두어졌다.
그러니까 각 가문이 승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장소에서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에 대국을 마치고 17일 초에 장군 어전에서 바둑을 복기했다.
장군 앞이라 떨렸을까? 하하하 좀 떨렸겠지. 긴 소매 입고 바둑 두는 것은 불편했으리. 엄숙했을 테니 귀찮기도 했으리.
날자가 정해졌다?
왜 그랬을까?
시간의 힘이었을까? 장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별로 바둑을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 바둑을 애호한 장군들이 많지 않았던 걸까. 그럴 듯도 하다.
산샤의 바둑
16세기 말에 두어진 것으로 추론되는 바둑 하나 보자.
아직 중국풍의 힘바둑이 남아있고 포석은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물론 당시의 관념과 수준에서는 체계가 잡힌 것이다. (백 본인방 算砂 흑 鹿鹽利玄)
우상귀 백20 이하의 수법이 볼 만하고, 좌하귀 백74 이하의 수법도 좋다. 당시는 귀보다 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니, 어느새 가을 햇살이!
밝은 아침에 덧붙여 환한 하루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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