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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명인전전집 - 명인의 바둑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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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7월 16일) - 일본명인전전집 - 명인의 바둑을 보며
09시 57분.
약간 이르게도 첫돌이 놓여진다.
이창호 왕위와 도전자 이세돌.
왕위전 도전 제1국.
저 자리에 앉아 바둑을 두면 어떨까.
나도 저런 대국과 내기 바둑만 빼놓고는 거의 대부분의 유형을 두어봤다고 할 수 있는데…
욕심이다.
흑7이 마늘모구나. 참 두터운 수(手)지.
일본 명인전 전집을 보았을 때, 그 후에도 나는 의문을 가진 것이 있었다.
반집 승부…, 한 집 반이 남는다… 더 이상 해 볼 데가 없다… 백176은 반집을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하는 1시간이 넘는 장고였다…
자, 과연 저 표현을 믿을 만한가.
1) 믿을 만하다
2) 한계가 있다
어느 것일까.
제6기 도전자 결정국
관전기를 보자. 제6기 명인전 도전자 결정전 사까다(백)와 다까가와의 대국이다.
이 무렵에서는 이미 대기실에서도 흑 1집 승으로 예상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한판에 건 사까다의 집념은 무서운 바가 있었다. 그 집념이 백16(실전의 백176)의 79분이란 장고로 나타났다.
1980년대 후반, 유창혁이 조훈현을 대왕전에서 3대1로 이겼을 때 나는 놀라고 한편으론 또 알았다.
1) 기존의 권위에 억압받지 않는 승부사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2) 세밀한 수는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포괄하는 수읽기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일본 명인전 전집에 나오는 많은 수식어가 과장이라는 것을.
벌캄프(E. Berlkampf) 교수의 mathmatical go end games(1994)을 보고서는 바둑의 명인이라 할지라도 최후의 잔끝내기 계산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일본 명인전 전집의 관전기는, 그리고 해설의 일부는 과장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편차가 큰 것은 아니었다. 거의 정확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1980년대 후반 청년 유창혁이 조훈현을 넘고 소년 이창호가 조훈현을 넘을 때까지 일본 바둑에 대한 강박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슴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내가 보기에 프로가 반집 승부라고 본다든가 한집 반이라고 본다든가 하는 계산이 틀리지는 않는다. 거의 정확하다. 정상급의 기사들에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러나 그 계산은 두 대국자의 실력에 달린 것이다. 어느 한 대국자가 뛰어나다면 그 즉시로 그 계산은 틀린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맞다. 현대 바둑의 수준이다.
문제는 그 실력이 아니 되었을 때 갖는 강박, 자신감의 위축, 신화같은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런 것들이 문제다.
내가 보기에 그건 아무도 이겨낼 수가 없다.
예외를 제외하고는.
유창혁과 이창호는 일본과 조훈현의 권위를 이겨낼 만한 승부사의 심리를 갖추고 있었다. 그게 1980년대 말 우리 바둑계가 얻은 최고의 자산이었다.
그래서 일본 명인전 전집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보다 현실적이 될 수 있었다.
바둑에 대한 우리의 수준에 대한 이해도 보다 현실적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바둑을 둘 때 얼마나 기존의 권위에 압박되었는지를 기억한다.
나는 내가 한계가 있음을 심하게 느끼는 편이었다.
다른 기사라고 아니 그럴까?
나는 기존의 권위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인간형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일본 명인전 전집은
우리에게 막연한 한계도 느끼게 했지만 - 그러나 열등감은 아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부족한가를 약간 과장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일본 명인전 전집은
우리를 격발시켰다.
우리도 저 수준까지 가자고.
물론 그 노력은 심리적 억눌림을 먼저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승부사의 힘이다.
1980년대 중반이었다.
일본에서 임해봉 9단을 비롯 몇몇 정상급 기사들이 내한했다.
관철동 한국기원 4층에서 교류전을 가졌는데, 임해봉 9단은 조훈현과 두었다.
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조훈현이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임해봉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인식이라고.
조훈현은 임해봉이 명인전 도전기를 둘 때 기록을 한 적이 있다. 4단일 때던가.
그런 경험이 가져다주는 압박이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내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알았다. 조훈현의 상대는 신기루처럼 떠있는 내면의 산인 것을.
조훈현은 이겼다.
과연 승부사!
한국 바둑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또 하나 마련된 순간이었다.
일본 명인전 전집.
지금 다시 보니, 참 좋은 형식을 갖춘 책임을 알겠다.
바둑의 다양한 면을 이토록 잘 드러낸 책은 없으리.
바둑은 반상의 문제로만 끝나지도 시작되지도 않는다.
내면, 사회적 인식, 바둑을 이끄는 명인들…
일본 명인전 전집은 바로 그런 점을 거의 여과 없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어떻게 바둑을 만들어 갈 것이냐.
바로 그에 대한 답의 일부도 저 책을 통해서 우리는 알았다.
관전기의 수준에 대해서도 알려준 바가 적지 않다.
지금 보아도 관전기가 참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조남철 선생의 번역도 좋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맺고 싶다.
제6기 명인전 도전자 선발 결승국
坂田九段 대 高川九段
제9보: 坂田 逆戰의 빅勝
黑 8시간 38분
白 9시간 59분
白 빅 勝
저 9시간 59분이라는 시간이 알려주었다.
일본 명인전 전집의 진가를 알려주었다.
그건 다음 사진보다도 더욱 사실적이다.
▲ 대국 종료 순간
▲ 다까가와의 파안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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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