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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발양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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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4일) - 불완전한 발양론
3일의 밤이다.
난 밤을 사랑한다.
아마도 오늘 내가 기분이 괜찮았던가보다. 난 밤을 사랑한다, 그런 표현을 쓰니까 말이다.
오늘 잘 떠들었다.
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는 것부터가 이미 떠드는 거다. 어.. 아픔이 지나간다. 신경을 죽여야한다. 신경치료.
그리곤 전화. 지하철, 택시, 커피, 산책.
국민학교 동창과의 복국.
큰형을 만나 바둑 두 판. 4점에 1패 1승.
이런 내가 줄었나! 음, 두터운 급소를 둘 줄 아는구나. 늘었구나. 내가 보기에 1승과 1패 사이에 큰형의 평균이 들어있다.
선릉 양재호 9단 연구실에서 연구생과 1승 1패.
아니, 이렇게 수를 빨리 보다니! 나도 한 때는 정말 수를 빨리 봤지. 안 믿을지 몰라도 조훈현 9단이 그랬다. 언젠가의 북적북적한 검토에서 저 멀리 서 있다가 아, 그거 이러저러한 수가 있는 거 같은데… 수 잘 보네! 하긴 그런 얘기 안 들어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묘수풀이를 하나 주었다. 참 잘 푼다. 그래, 3개 더 나누었다.
저녁은 순두부. 달걀 두 개를 넣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거 예전에 술 안주였는데!
어떤 묘수풀이집이 좋을까. 그런 얘기를 양사범과 김성래 사범과 함께 하다.
발양론이 좋다! 나의 주장. 그들의 적당한 긍정. 굳이 비교하지 않은 얘기.
발양론은 좋은 책이다.
왜 좋은가. 불완전한 책이라서 좋다.
지금까지 약 300년 동안 밝혀진 오류는 몇 개나 될까.
내가 원본을 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건 5개.
이렇게 틀릴 여지가 많았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것을 웅변한다.
그냥 틀렸나?
아니다. 오랫동안 진짜 답이 숨어 있다가, 그것도 프로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가 할 수 없이 드러났다. 참! 프로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을 수 있다니! 대단한 거다. 정말로 대단한 거다.
난 발양론의 그 무질서한 듯한 불안정과 불완전한 해석을 아낀다.
이런 책이 좋은 거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책이 좋은 거다.
그 뿐이랴. 그야말로 실전의 눈을 이토록 잘 키워줄 수 있는 경계선상에 놓여진 책은 없다. 적어도 내가 본 것으로는 없다.
어떤 경계?
열린 세계와 닫힌 세계. 그 경계.
잘 다린 양복을 입어야 품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다려 얻는 품위가 있어야 품위가 있는 거다.
바둑이라는 게 강물이라면, 발양론은 그 강물이 어느 정도의 물살로 어느 정도의 淸濁으로 이루어지고 흘러가는지를 손가락 귀청 영상으로 느끼고 맛보고 열게 해준다.
난 그 강물에 손을 담가 봤다.
발견에서 그리고 발견2에서 나는 그 강물을 가까이서 멀리서 약간은 봤지만,
손을 담가본 것은 발양론을 만날 때였다.
내 나이 17에.
古今 제일의 사활묘수집이다.
왜냐?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기 때문에.
나는 이 기준이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
사활묘수와 맥에 대해 이 기준을 적용하면 좋으리.
왜냐?
바둑을 둘 때 우린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調和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시 불안정한 균형이 찾아온다.
끝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언제나 불완전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者, 있을까?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거다.
내가 지금 답한 기준보다 더 좋은 기준이 있으면 좋으리.
난 지금 자부심을 갖는다. 실로 오랜 만에 바둑에 의미를 하나 첨가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난 바둑에 기여한 거다. 이런 것이 기여다.
내가 나 자신에 자부심을 느낀다하니, 좀 뻔뻔하긴 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앞서의 기준을 제시했다 할지라도 난 시샘하지 않는다. 높이 평가할 것이다.
난 욕심이야 많지만, 질투나 시샘은 약간만 갖고 있는 사람이다.
능력 없이 모자를 큰 걸 쓰면 馬耳東風 아니면 오만傲慢 질투를 갖는 경향이 있다.
다행히 난 욕심에 비례하는 정도의 작은 모자만 쓰려고 한다.
그런가? 문군. 자넨 정말 그런가? 그만 하지요. 그만 하십시오.
발양론 해제에 쓰인 不可解 不可測의 표현은 기준은 아니다.
발양론의 깊이와 넓이를 느낀대로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아쉽게도 발양론을 지금 다시 보니,
나에게 답은 각인되어 있다.
난 풀다가 그만 지쳐서 조급해서 에라 모르겠다고 뒷장을 넘겼던 버릇으로 그만 답이 기억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책을 읽은 게 수다하다.
언젠가 나는 나의 이 방법에 대해 적극 옹호할 글을 쓰리.
밤을 아끼기 위해 이만 쓴다.
0시 25분.
4일의 아침 10시 16분.
아니다. 기보를 몇 개 그려야겠다.
우선 훗날 답이 수정된 거 하나.
1도는 黑先 活이 애초에 문제나 黑先 黑死가 정답이다.
문제1
문제1의 답
문제1의 정정된 답
그러나 다음 백1이 묘수다. 후세에 발견된 묘수다.
다음 문제2는 어떨까. 답은 그 아래에 있다.
문제2
문제2의 답
문제2의 정정된 답
그런데 지금 프로초단인 김지석 군이 이 문제를 아마추어 때, 그러니까 그 김지석 군이 10살 쯤 되었을 때인가… 내 눈 앞에서 답을 정정했다.
하! 그 녀석의 재주라니!
패가 답이다.
가만 있자, 어제 보여드린 문제, 그 걸작을 좀더 해야겠지?
그 문제도 후세에 답이 정정, 또 정정되고 했으니까 말이다.
문제3
문제3의 정정된 답
문제3의 김인 국수의 답
문제3의 나의 답
1960년대 어느 바둑 잡지에서 나는 김인 국수의 답을 보았다.
김인 국수께서는 이런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가볍게 말씀하신 걸로 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역시 패가 아닌가 한다.
10시 43분.
흠…
다시 보니, 현현기경을 底本으로 한 것도 꽤 되는구나.
그래도 걸작이다. 古今 第一이다.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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