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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는 눈꽃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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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27일) - 手는 눈꽃마냥
3시 04분.
아까 저 방의 시계는 3시 10분이던데.
그 방 앞의 달력은 5월이던데.
그러고 보니, 내 컴 옆의 작은 달력도 5월에 가 있구나.
눈이 떠졌다. 빗소리가 남아
窓을 여니 안면에 튀어오르는 過去들.
窓을 닫고 불을 밝히니 창문에 어려 안기는 반딧불이들.
그래, 오늘은 일찍 시작하는 거다.
누군가의 詩句처럼
거센 비바람이 뒷 마당 대야를 뒤집든 말든.
시작하기 위해
이창호와 최철한의 바둑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오늘 그 첫 번째를 다루자.
먼저 오로에 들어간다. 무엇을 보러?
내가 인터넷 해설했던 루이와 조혜연의 어느 바둑을 보러.
그 바둑 봐서 뭣하려고?
최철한을 만나려고.
3시 11분.
내 日記에 글자로 각인되는 時間은 매우 單線的인 文化를 보여주는 거 같지만,
나는
내 시간이 複線으로 움직이고 多脈絡의 경험과 인식을 반영한다고 본다.
나는 그러한 문화에 살고 있는 것이다.
3시 14분.
그래서 3시 14분이지만
3시 14분이라고 적는데 그렇게 부담갖지 않는다.
나는 그리 심하게 시간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단순한 믿음일까?
찾았다.
지난 겨울 12월 26일 한국기원 4층 특별대국실에서의 제5기 여류명인전 제1국 예내위(백)와 조혜연(흑)의 대국.
명인전 1보
나는 물어보았다. 바로 저 백102가 놓여졌던 저 시점에서.
바로 내 오른쪽에 최철한이 있었다. 그래 형세를 물어봤다.
어때? 누가 유리해?
… (미소)
말해 봐. 누가 유리해?
… (진지와 미소)
? (갸웃)
흑이 좋은 듯한데요.
그래? 어디가? 어때서? 백도 넓은데?
그가 짚었다. A B C D 등을 짚었다. 백이 엷다고 나직하게 약간은 끄는 듯한 말소리로.
겨우 최철한의 말을 꺼냈다.
그 힘든 질문과 대답이 내 몸에 각인되어 있구나. 지금도 느끼고 있구나.
명인전 2보
과연 그랬다. 흑123이 곧 왔다.
예언처럼 왔었다.
예언처럼 최철한의 말이 루이가 잡은 白의 앞길을 가로 막았었다.
참, 이 친구. 수가 깊구나. 나름대로의 깊이가 있어 남들이 갖지 못한 안목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 그런 게 힘이 된다. 프로 세계에선 그게 힘이 된다.
3시 37분.
이제 이창호와 최철한의 바둑을 보도록 하자.
그러지 뭐.
가상도1
가상도1이 문제다.
자. 저 백1을 두었다면 과연 승부는 달라졌을까.
변화도1
변화도1은 흑이 안 되는 흐름. 기분만 좋을 뿐이다. 백13을 당하기 전까지의 기분만.
변화도2
변화도2는?
역시 흑이 곤란하다. 백이 너무 두터워서 어디 흑이 발을 붙일 데가 없다.
변화도3
변화도3으로 두면 되지. 흑은. 흑10을 붙이면 잘 안 죽더군.
변화도4
언제나 숨어 있는 그림은 다음 변화도4다.
그래서 백은 몸을 숨기지 못한다.
아니, 흑은 언제나 숨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변화도5
그래서 변화도5도 흑에게는 가능한 진행이다. 흑26이 언제나 선수가 된다. 적당한 때 그 수를 두어 두면 된다.
그 날, 2월의 7일 검토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그림이 그려졌다 지워졌다 했는데 오늘 나는 그 날의 기억을 하나도 갖지 못하고 있다.
좋다. 여하튼 그 날은 지났고
나는 그 날을 검토한다.
자,
그렇다면
실전1
실전1 백70이 결국 이상한 건가?
이창호의 獨白처럼?
흑71 흑73이 맥점이니까?
그렇다면 백70은 어디에 두었어야 했을까.
가상도2 백1이었을까?
가상도2
이창호는 백1을 말한 것일까?
그랬을 것이다.
3시 57분이다.
창밖에 우는 바람이 어둠에 먹히고 있다.
어둔 어둠. 거센 바람.
전기를 발견한
전구를 발명한분들께 감사!
그 분들의 옆에 있었고 앞에 있었으며 뒤에 있었던 그 모든 이에게 감사!
나는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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