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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감각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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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16일) - 어제의 감각을 돌아보며
아침 7시 45분.
1시간 30분을 일했다. 신문사 관전기에 올릴 기보를 분석하고 나누고, 저번에 들어두었던 프로들의 메모를 검토했다.
오늘은 4월 16일.
어제는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일.
나는 아마도 처음으로 정치에 대해서 나의 견해를 약간 털어놓고 싶다. 바둑의 欄에서 내 스스로.
지난 가을 술을 끊기 전 강남의 생맥주집 octoberfest에서 가진 민주노동당 기관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제목을 이렇게 뽑아달라고 주문했었다.
어느 낙백한 보수적 정치학자의 고독한 푸념.
나는 그날 민노당 친구들과 꽤 마셨다. 두 분이 왔었는데 한 분은 알고 있는 분이었기에 좀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어떤 얘기가 나왔을까?
바둑과 정치는 관계가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정치학을 왜 했죠? 사회에 대해 좀 알고 싶어서. 교수가 살아가기에 걸맞을 거 같아서.
왜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하죠? 하하 민노당에서는 왜 보수주의자와 인터뷰하죠? 처음입니다. 지금껏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사람들과 인터뷰했죠. 하하, 음, 하하 잘 모르겠군요. 음, 하나만 이유를 들자면, 제가 과학적 인식론에 있어서 K. Popper에 동감하는 바가 많아서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했을 겁니다. - 물론 보수와 진보는 나라마다 지칭하는 의미가 다르다 -
정말 보수주의자인가요? 말하는 걸 보면 유쾌한데? 잘 아시면서! 단순하게 二分化 시킬 수 있는 게 세상 어디에 있나요? - 유쾌하다는 말은 제대로 했다. 난 이야기할 때 잘 떠든다. 그것을 유쾌하다고 했을까….
민노당에 대해서 한 마디? 아, 그거요. 음, 지평을 좀더 넓혀야되요. 권력이 필요하죠?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자, 그러나 권력을 없애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게 첫발을 디뎌야하죠? 세상의 권력을 압도할 정도의 권력을 먼저 가져야합니다. 역설적이지만 현실이죠. 민노당의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책의 스펙트럼을 넓혀야죠. 물론 정책의 스펙트럼을 넓히면 민노당의 주된 정책이 다소 흐려질 겁니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죠. 세상이 복잡하고 사람들의 현실적 이해는 다양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스스로 좀더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과 사회가 가져야하는 당위적인 얘기긴 하지만요.
뭐, 그런 얘기를 했었다.
만화 얘기도 했다.
대화란 무엇인가. 그런 얘기도 했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뭐냐? 그런 추상적인 얘기도 했었다.
사실 난 진보와 보수, 그런 분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논문 쓸 때는 쓰곤 했다. 그 주제는 내가 다루는 것이 아니어서 거의 쓰지 않았지만.
좌우간 그런 개념은 세상을 간편하게 정리는 해 준다.
좌우간? 좌우간에도 좌우가 있군. 거기에서 왔다고 해도 되겠군.
정치는 권력을 중심개념으로 분석하면 설명이 잘 되는 편이다.
민주주의는 보편적인가? 어렵다. 답하기가.
민주주의는 무엇을 말하는가? 주기적인 선거에 의해서 대표자를 뽑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그만해야겠구나.
하려다보니 할 게 많고, 많기에 없다. 할 수가 없다.
반상은 훨씬 편한 세계.
아, 하나만 더. 행여나 오해하실 분이 있을까 해서.
정치학이란 학이지, 정치가 아니다.
내가 정치학을 전공한다고 하니까, 정치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판으로 들어갈 것을 희망한다고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누구나 정치에 참여는 한다.
정치참여?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의 대화 자체가 이미 정치참여인 것이다.
바둑으로 돌아가자.
실전1
실전 흑99는 이 한 수의 감각이다.
백이 난처하다.
참고도1과 2는 흑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
참고도1
참고도2
참, 난처하기도 난처했을 것이다. 저 흑99, 딱! 하고 붙이는 맥점을 당해서는 천하의 이창호도 난처했을 것이다.
바둑은 한 판의 승부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도 그러하다.
민주주의의 도래는 어디에 그 원인이 있는가?
산업화의 결과다.
부르죠아 계급들간의 경쟁의 결과다.
선거라는 방식을 가진 결과다.
우연이다.
…
민주주의는 영원할 것인가?
잘 모른다.
아주 어려운 문제.
다만 이거 하나는 지금 말할 수 있다.
의회라는 게,
없는 정치체제보다 있는 정치체제가 낫다고.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결과를 안겨준다고.
절차가 중요하다. 주기적인 선거. 그게 없으면 정치권력은 국민을 두려워할줄 모른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예외가 있다? 그러나 우린 예외를 가지고 전체를 설명해서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예전에, 어느 시인이 말했다. 클린턴을 착하다고 보았는데…. 내가 말했다. 아, 대통령 아닙니까! 그게 말해줍니다.
정치인들은 우리와 다르다. 그 대단한 경쟁을 이겨낸 그들. 어찌 우리와 같겠는가. 그들을 알고 싶다? 그러면 그들의 말이 아니라 발을 봐야 한다. 알기 위해서 책은 어떤 책을? 추상적인 논리를 다룬 책을 많이 봐야한다. 그게 현실의 핵심을 알려준다.
바둑에도 절차가 중요하다. 착수교대의 원칙. 그게 중요하다.
날이 밝다.
우리 나라의 정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건 어제의 결과를 보고서 한 얘기는 아니다. 천만의 말씀! 행여나 오해가 있을까 해서 하나 밝히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번 탄핵은 그 절차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그걸 부정한다? 그건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절차가 내용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내용도 좋아진다. 나와 너가 너와 나가 서로를 알 수 있는가? 한 눈에?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어디서 오는가? 절차에서 빌어온다. 대화라는 절차. 생활이라는 절차.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서는, 사고의 절차에 대해서 가끔은 생각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사고의 절차에 대해서.
그래서 선거의 결과는 모두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반대자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것도 관용 못한다면, 자신을 관용할 수 있겠는가?
글이란 참으로 곤란하구나.
많은 말은 거짓되기 쉽고, 수다한 말은 자신을 속이기 쉽다.
글도 자꾸 쓰다보면 아는 체를 하게하는 그런 관성을 지닌 듯하다.
무섭다.
누가 무서운가.
내가 제일 크게 무섭다.
우리의 바둑 수준은? 내가 보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 차이가 없다. 조그만치도 없다고 단정하고 싶다.
내가 왜 정치 얘기를 했지?
하하
할 수도 있는거야, 용직아.
文君! 가끔 하도록 하게. 정치 없는 일상이 어디 있는가.
반상과 정치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지만,
둘 다 게임으로 바라보면 참 흥미있는 세계다.
물론 아는 것은 둘 다 어렵다 매우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는가.
이게 내가 최근에 얻은 말씀이다.
예전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은 그에 더해,
세상에 쉬운 게 없는 법!
노력해보자. 삶이란 곧 노력이 아니던가.
아침 8시 34분.
오늘은 선배와 머리 하얀 선배와 하루 종일 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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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100 |
｜ 2004-04-17 오전 5:4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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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독재정치도 절차상에 하자만 없으면 무방 한가? 문뜩 이런 의문이 듭니다.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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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주식시장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입니다.감각이 없으면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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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 저 소쏘입니다..기억하실지는 모르지만요..ㅋㅋ 잘 계시죠? 칼럼 잘 읽고 갑니다..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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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斯文亂賊 |
｜ 2004-04-17 오전 11: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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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머리하얀...→ Whiteh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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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왜 우리 국민들은 고집하죠?제왕적 대통령..사극으로 미화하는..난적 사부 니~~임 반갑습니당=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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