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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승부 - 5백만의 바둑인 - 멤버쉽 고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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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1월 24일) - 5년간의 승부 - 5백만의 바둑인 - 멤버쉽 고취
아침 8시 15분.
아침 8시 15분이다.
마치 8.15를 연상케 한다. 하하.
숨겨진 메시지 현상이다.
마치 나의 또는 그 무엇의 어떤 존재가 다른 의미 있는 존재와 결부되어 있다는 그런 생각. 그런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그런 믿음. 우주와 운명의 내밀한 비밀이 우리의 주변에 숨겨져 있다는 그런 심리적 의지감 依支感
어느 사이엔가 겨울이다.
하얗게 서리 내린 들녘을 본다.
일하는 쟁기꾼의 大地
신동엽 詩人의 詩.
내 입단했을 무렵에는, 신동엽 시인의 詩도 읽곤 했었다.
그 전인가. 대학 다닐 때에 읽었구나.
고등학교 때, 에즈라 파운드의 詩를 읽곤 하던 친구는 요즘 뭐하는지.
“장미원에서”를 쓰던 친구는 요즘 경북 구미에 있다지?
그래, 감수성이 그래도 남아 있을 때였다. 내 입단 했을 25살 무렵에는.
높아져만 가는 도시의 빌딩, 그 속에서의 인간 소외를 아프게 노래하던 신동엽 시인이 돌아간 지도 30년이 넘었다.
요즘 빌딩 높아져 가는 현상에는 정말 놀라지만, 나는 소외까지는 노래할 줄 모른다.
詩人은 존재해야 한다.
바둑계는 활기에 차 있었다.
1984년에는.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나의 숫자와 하나의 인식.
바둑 인구 500 만.
바둑 서적의 보급 필요성 인식.
당시 바둑 인구는 5백만을 헤아린다 했다.
월간 바둑도 약 2만부 가까이 나간다 했다.
월간 바둑이 약 2만 부 나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요즘은 훨씬 못 미친다.
“출판은 곧 문화의 정도 程度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尺度라 할 때 바둑 서적의 광범위한 보급이야말로 바둑 문화를 번창시킬 자양 滋養을 마련하는 것…”
당시 한국기원 이사장이던 서정각 씨의 1984년 바둑 5월호의 권두언이다.
그렇다. 보급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책을 통한 보급이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책 보고 배운 것하고, 그냥 두어서 배운 것하고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 왜냐? 책 속에는 바둑의 다양한 세상이 숨어 있으니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니까. 그저 바둑만 두는 것하고는 다른 것이다. 바둑에서 의미를 찾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 얘기 했지만, 한국기원에서 적자 赤字를 이유로 바둑 서적 출판을 포기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왜 적자인가? 그거야 합리적인 운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비록 요즘 바둑 책이 대부분 허술하게 만들어지지만 - 영세 출판사이든 아니든 - 그래도 흑자 黑字이기에 출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둑의 자산을 가진 한국기원이 출판을 포기한 것은 정말로 한심한 일이다. 스스로를 포기하는 길의 하나다.
그래, 투정일랑 부리지 말자.
돌아가자. 1984년.
월간 바둑 구독을 위한 운동이 제창되었다.
멤버쉽.
신문에 광고까지 낼 정도로 한국기원은 멤버쉽 모집에 의욕적이었다. 광고는 한 순간이지만, 멤버쉽 - 소위 정기 구독 - 은 책 판매를 통한 재원 財源의 확보뿐만 아니라, 바둑 팬들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바둑계가 팽창할 때 입단했던 것이다.
5백 만 바둑 인구가 날로 늘어, 한 때 1천 만이라고 했을 때도 있었지 않던가. 요즘 8백 만, 7백 만, …, 내려가고 있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의식적이었는지는 지금 내 몰라도, 그래도 대부분 기사들이 몸으로 바둑계의 활황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기원에 나가면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증거가 되겠다. 한국기원에서 활동할 것이 없다면 굳이 한국기원에는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이 기사들. 바둑계만 그러랴.
바둑에 승부가 있어서
이기는 사람 있으면 지는 사람 있기에
누군가의 개인적 성적을 가지고 바둑계를 평가할 수는 없으리.
그래도.
임선근 三段(당시)이 25연승을 기록했다.
1984년 1월 6일부터 3월 13일까지.
바둑계의 힘찬 발걸음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싶다.
바둑 하나 볼까.
제9기 棋王戰 본선리그
白 七段 서능욱
黑 三段 임선근
1984년 3월 3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제한시간 각 5시간. 덤 5집반.
(19연승의 대국)
어?
그런데 p.74에는 100수까지만 기록되어 있고, p.75에는 133수부터 기록이 되어 있으니, 하하. 흑101은 내가 만든 것이다. 분명히 그 자리에 두었으리라고 보고.
두 기사 모두 활달하고 활달하다.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패기만만하다.
아침 길에 만난 누군가의 유쾌한 걸음걸이를 보는 것만 같다.
나도 저렇게 두었으리.
저런 기운으로 두었으리.
자신감으로 차 있었으리.
제2기 박카스배 본선에 올라간 다음, 84년 6월 경의 인터뷰가 하나 남아 있다.
“3차 예선에서는 덜 했습니다만, 매우 속기던데요.”
“그렇잖아도 자성 自省하고 있습니다. 좋은 습관은 못 되니까요.”
월간 바둑 기자와 나눈 것인데, 나는 속기였다.
자신감으로 차 있을 때, 그리고 수 手가 잘 보일 때, 속기를 두는 법이다.
아침 9시 14분.
앞산을 힘차게 솟아오르는 아침의 태양이 들녘의 찬 서리를 녹여주고 있다.
찬 서리, 물기로 돌아가 땅 속으로 스며들리. 우물의 더운 물로 태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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