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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었던 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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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3일) - 까맣게 잊었던 한간
늦잠, 이 얼마나 오랜 만에 불러보는 나의 친구냐.
우리 집안의 내력에는, 가족 모두가 잠이 많다는 것이 하나 들어있다. 잠시 눕는다? 그 정도도 필요 없다. 그냥 잠, 잠, 잠. 우리 어머니를 닮아서 그러하다. 단 예외가 있으니, 바로 나다. 나는 초저녁 잠이 없는 사람. 그랬다.
4개월 여 전에 술을 끊었다. 술에 대한 생각을 옆으로 밀쳐두었다. 마치 치답(置答)처럼. 꺼집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술이 사라지니, 너무나 많은 변화가 다가왔다. 일어났다. 잠을 일찍 깬다. 물론 일찍 자고. 술과 함께 먹던 모든 음식이 입에 영 닿지를 않는다. 밥을 많이 먹게 된다. 알콜이 대단한 칼로리를 주었다는 것을 정말 실감한다. 대변이 편해졌다. 차를 예전보다 약간 적게 마신다. 일을 좀더 한다. 책은 오히려 적게 본다.
긍정적인 변화만 있으랴. 오후엔 몸이 영 개운치가 않다. 눈에 무거운 짐이 얹히는 듯, 머릿속은 멍하다. 머리와 몸의 피부가 메마르다. 나는 술이 필요한 체질인가 하는 생각도 난다. 우리 어머니가 입덧으로 막걸리를 했다지 아마.
어제는 매우 힘든 하루였다. 매우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많은 얘기를 들었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왜 바둑판을 저 위에서 바라보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도 했다. 누구는 장군총(將軍塚) 시신(屍身) 자리에 누워 2시간이나 벽화를 쳐다보기만 했었다는데. 비천무(飛天舞)가 춤추듯이 날듯이 다가왔다던데.
기보1
지난 1974년 5월. 김천고등학교 1학년의 초여름.
나는 기보1을 두었다. 자신만만하게 흑5를 두었다.
저 한간. 나는 왜 저 수를 자신만만하게 두었던가.
그 당시 내가 본 몇 권 안 되는 바둑책 중에서 판전(坂田)의 바둑이 있었다. 그는 저 포석을 매우 좋아했다. 나는 판전 9단의 그 예리한 감각에 빠져 있었다.
기보2
당시 바둑을 공부했던 사람들 치고 누군들 기보2의 저 백12에 충격 받지 않았으랴.
감탄, 감탄. 그것뿐.
나는 그의 묘수는 물론이거니와 포석도 사랑했다. 집착했다.
그는 기보1 흑5를 적극 추천했다.
왜 기보1 흑5가 절대일까? 적어도 판전 9단의 눈에는.
그건 흑5가 벌림을 겸하면서 백 두점을 공격하는 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돌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고자 하는 기사였다. 아니, 일단 높여보고 그 다음은 다시 생각하자 - 그런 주의자(主義者)였다.
지금 다시 보아도 판전의 3三과 한간은 멋진 구상이다. 기보1의 우변에서 흑은 최대한 적극적이고, 돌의 효율은 최고로 고조되고 있다.
실전보
흑11. 실전보의 흑11. 이 한 수의 곳이다. 좁지가 않다. 백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우상귀도 굳히고 상변도 넓힌다.
참고도1
<참고도1>이면 상변이 크게 넓어진다. 같은 선분의 ‘길이’라면, 삼각형보다는 직사각형, 직사각형 보다는 정사각형, 정사각형보다는 원이 보다 큰 면적을 얻는다.
중학교 때, 나는 이것을 - 어눌한 방법으로 사실은 증명도 아니었을 것이다 - 나름대로 증명했었다. 기하학은 내가 점수를 쉽게 얻는 과목이었다. 어느 책의 문제에, 같은 길이의 선분으로 최대한의 면적을 얻을 수 있는 2차원 평면에서의 모양은 무엇인가? 질문이 있었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참 공부 잘하는 친구가 정사각형이라고 했다. 나는 즉각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아냐. 그 친구는 훌륭했다. 용직이가 아까 그것이 답이 아니라고 증명했어. 그렇게 말했다.
그 친구는 타고난 심성을 지니고 있었고, 있다. 주위의 환경에 잘 변하지 않는.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지금도 세상 잘 살아간다.
참고도2
실전 흑11은 이 한 수의 곳이다. 물론 참고도2에서 보듯, 우하귀가 실전과 달리 날일자로 굳혀져 있다면 흑1의 가치는 떨어진다. 언제나 백은 2를 둘 수가 있고, 또 백2를 손 빼더라도, 참고도3 백2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도3
화장실에 가야할 때다. 술을 옆으로 치웠더니, 생활이 변했다.
어제는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래서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몸에 배었던 그 어느 때의 경험을 지우기도 했다.
어제, 나는 이번 국수전 제5국을 루이 9단을 선생으로 모시고 인터넷 생중계를 진행했다.
최 국수. 아직은 어색한 이름이구나. 최철한 국수. 아직은 발음이 편하지 못하구나.
그건 나의 몫만은 아니리. 최 국수의 몫이 더 크리. 앞으로의 몫이 더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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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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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막걸리 |
｜ 2004-03-03 오후 12:5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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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백두대간에서 태어난 까치독사 한마리가 후지산에 올라 원숭이를 물고 만리장성에 올라 곰을 쓰러뜨린 후, 히말라야에 태극기를 꽂으리라!!!....그런데 왜 참고도 화면은 안나타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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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누르고 있던 의심의 덩어리가 날아갔습니다. 훨훨 저 아득한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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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s1234 |
｜ 2004-03-04 오전 12: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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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님의 글은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해요^^ 아부좀 안번해봤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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