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이 이 문제들을 풀고 느끼는 바가 있어 상군(장량)을 찾아갔으니 이미 어디로 떠난 후였습니다. 그래서 이전 저런 생각을 하다 묘수풀이를 내게 준 이유를 알아차렸습니다.”

마른침을 삼킨 그의 얘기는 이어졌다.

“폐하께서 서한왕조를 여셨을 때, 모든 사람들이 아첨하기에 바빴으나 네 명의 노인만은 폐하의 오만 무례함에 혐오감을 느끼고 상산에 숨어 버렸습니다. 폐하께서 그들의 학문을 높이 여겨 찾으신 적이 있지만 그들은 죽을 지라도 폐하의 신하가 되지 않겠다고 산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입니다. 상군(相君 ; 장량)께선 많은 금백과 귀빈으로 예우한다고 정중히 써 보낸다면 네 명의 노인이 모여들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폐하께선 황태자의 폐위는 거론치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노인들을 데려오라는 얘긴가?”

“그렇습니다. 소인이 그곳으로 태자 마마의 친필과 금백(金帛 ; 패물)들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여석지가 많은 금백을 바리바리 실은 채 상산으로 네 노인을 찾아갈 무렵, 안휘성 수현(壽縣)에 주둔하고 있는 회남왕 영포(英布)가 반란을 일으켰다.

그것은 팽월의 살점을 어포로 만들어 보낸 잔인한 살육과 관계 깊은 것이었는데 묘하게도 그 당시는 유방이 병중이었으므로 태자인 유영이 반란군의 진압에 나서야했다. 천하의 형세가 구겨지고 어그러져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난 중이었는데 여석지는 상산의 사호가 머무는 곳을 찾아갔다.

“지금 천하가 크고 작은 소동에 휩쓸리고 있는데 태자마마의 입장이 고약한 상황입니다. 사호(四皓 ; 네 늙은이)께서 저와 함께 내려가 태자마마를 도와주십시오.”

“사람은 나름대로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오. 사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또는 장차를 계획하는 것이나 모두 자신의 뜻대로 만은 되지 않는 게  세상일이오. 허나, 태자가 예의를 갖추어 우릴 청했으니 모른 척 할 순 없는 일이고, 내 그대에게 묘수풀이 도형을 내놓을 것이니 이걸 풀고 무슨 뜻인지를 알아보게.” 사호가 내놓은 묘수풀이 도형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여석지는 생각하기를 바둑 도형을 살필 때 백 넉 점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형상임을 깨달았다. 이것으로 볼 때 이번 문제는 분명 ‘상산사호의 하산'과 관계가 있어 보였다. 묘수풀이를 풀어야 태자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 바짝 신경을 모아보았다. 그가 생각할 때 우선 첫 수를 어디에 두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