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은 맥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명한 맥점인데, 프로들도 쉽게 활용 못하는 것. 알고 있으니 못 둘 리가 없는데, 그래도 두기 힘든 것. 그런 맥점도 적잖이 있다.

기보의 좌변 백5와 우변 흑6이 바로 그런 것의 하나다. 소위 ‘석점의 중앙’이라는 급소인데, 먼저 저 맥점의 힘을 보자. 좌변 먼저. 백1 백3은 백5를 얻기 위한 수순. 백5 이후엔 흑A 백B 이하 흑E까지 패가 정답이다. 백5에 대해 흑E는 백a로 빠지는 수가 있다. 흑b에 두면? 그건 백이 먹여치는 수가 있어 흑이 망한다. 백5에 대해 흑B는 백b 흑a 백A로 패.

우변에서는 A 단점을 엿보는 흑6이 끝내기의 맥이다. 이후 백의 최선은 백a 흑b 이하 흑f까지. 우변의 출처는 1705년 11월 24일 어성기로 두어진 15살 도치(道知)와 32살 센가꾸(仙角)의 대국인데, 그러나 도치는 흑6을 찾지 못했다. 도치는 흑6을 b에 붙여 끝내기를 했는데 그래서 1집을 겨우 이겼는데, 프로의 시각에서 보면 의외라고 하겠다.

그러면 저 흑6을 누가 먼저 지적했던가. 알려지기로는 20세기 중반 가지와라(梶原武雄) 9단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저 맥점은 이미 원나라 말기 1349년에 나온 고전 『현현기경』에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는 이름의 묘수풀이로 나와 있었으니, 프로라면 모를 리가 없으리라고 할 수 있겠다. 좌변이 바로 그 묘수풀이다. 그렇지만 프로들이 잘 찾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들이 발견하기 힘든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일반적으로 ‘석점의 중앙이 급소’는 대개 초반이나 중반에서, 그것도 중앙에서 많이 쓰인다. 그래서 변에서는 찾기 힘든가. 익숙하면 편견이 생기고, 편견이 생기면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못 보는 그런 이유?

그럴 것이다. 아마도. 사실 이 글 쓰는 필자도 저 묘수를 잊고 끝내기 할 때가 적지 않으니, 그리고 두고 난 다음에야 생각날 때가 적지 않으니. 그런데 왜 저 좌변의 묘수풀이를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고 불렀을까. 강안(江岸)의 백사장처럼 백돌이 흑을 둥글게 둘러 싸안은 형상이라 그리 부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