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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기 싫어한다니…, 하긴 책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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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연구생 사범을 만났다. 고충 하나를 듣게 되었는데, 프로 지망생들이 대국을 좋아하지 책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가요. 그건 곤란한데. 공부하는 바둑에서는 맥점과 행마, 대국자의 호흡 등이 적당히 드러나야 하는데. 그래야 무엇보다 중요한 상상력이 붙는데….
최근 바둑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힘들다. 실력의 차이가 적당히 있어야 안목도 맥점도 드러나는 법. 요즘 프로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그러니 서로가 배울 만한 맥을 드러내기가 힘들다. 짧아지는 제한시간도 맥을 드러내기 힘들게 한다. 안목은 고사하고. 흑백 모두 급한 공격과 수습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니, 찾기 힘든 것을 찾아야 하는데 실로 그것은 책으로만 남겨진다.
이리 된다. 책을 멀리하고 보고 두는 것만 좋아하면 급한 수법만이 몸에 붙는다. 반상에 숨어있는 깊은 흐름을 배우지 못한다. 리듬을 갖고서 대국자의 호흡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 없다면 수없이 쏟아지는 기보를 놓아보기만 할 뿐이다. 물론 감각 키우는데 그보다 좋은 연습은 없지만 말이다.
하긴 책도 없다. 놀랍게도 말이다. 최근의 반상 흐름을 짚어주고, 그 흐름을 전체적인 안목에서 잡아주는 그런 지침을 주는 책이 없다. 왜 없는가. 답 하나는 출판시장의 형편이다. 온통 과거의 책을 짜깁기 한 것뿐이다. 그나마 중복이며 몇 권 되지도 않고 내용은 충실치 못하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이름을 빌려 쓴 것도 많다. 아니, 아마추어가 쓰더라도 프로의 설명을 전제로 했다면 그건 좋다. 아마도 그것은 프로가 홀로 쓰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책을 멀리하는 사회적 풍토가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한 바둑계까지 퍼졌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그것이고, 책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 바둑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책은 필요하다. 흐름 속에서 맥점과 행마가 어디에 숨어 있고 착상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
기보는 이번 농심배 제1국으로 백은 하네나오끼, 흑은 왕레이. 흑2는 3에 젖혀야 했다. 그것이 맥. 흑4와 백5가 언제나 교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실력이 입단을 바라보는 정도가 아니라면 쉽지는 않을 것. 생중계 해설엔 나와 있었으나 책에서 익히는 것과 어찌 차이가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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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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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가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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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바둑의 저력을 논한 문사범님의 견해에 공감이 가지 않았읍니다 바둑은 학문이나 학문의 축척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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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책을 보지 않으면 반상의 깊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급한 수법만을 익히게 된다는 말씀에는 또 한번 바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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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야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