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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풍랑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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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한다. 진부하지만 그런 말이 있다. 시대의 조건과 개인의 재능이 잘 맞아떨어져야 성공한다는 것이겠다. 아마 요즘 같이 그 말이 실감되는 때도 드물 것이다. 정보화와 국제화로 구조적 변화를 크게 겪는 사회에서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개인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바둑은 어떨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바둑도 쉽지 않은 세계이기에, 적성도 맞고 재능도 있는 사람이 프로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노력도 있어야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바둑이 필요로 하는 재능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수천 년간은 여기서도 싸움 저기서도 싸움을 하는 힘바둑 성향이 지배적이었으나, 수백 년 전부터는 전체를 보는 안목이 중요해졌다. 세력과 두터움, 균형과 조화 등은 그 새로운 개념들. 요구되는 재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어떤가. 10년 전에 비해 큰 차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비중은 달라진 듯하다. 오늘엔 빠른 수읽기와 냉철한 결단력, 그리고 급한 호흡을 견디는 배짱 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 균형을 잡아가는 감각은 최근의 현실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선이나 본선의 제한시간이 1-2시간으로 짧아졌는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시간이 보통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시간이 짧아지면 전투적인 감각을 가진 기사가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반대로 넉넉한 반상 감각을 가진 기사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1990년대 초반에 입단한 기사와 요즘 입단한 기사들은 그 재능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 할 수 없다. 참으로 놀랄 일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실은 개인에게 냉정할 수밖에 없으니 아니 받아들일 수도 없다. 연구생들이 10초 20초 초읽기 바둑을 많이 두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라 하겠다. 아쉬운 것은, 그 과정에서 감각은 부분적인 시야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기보는 1933년 오청원과 기타니의 신포석 발상국(發祥局). 요즘은 저런 흑1 이하의 수법을 거의 볼 수 없다. 부분적 전투를 통해서 국면을 급하고도 단편적으로 이끌지 않으면 초읽기 속에서의 수읽기에 적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바둑에서도 개인은 시대의 풍랑을 견뎌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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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열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