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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 떠올리기 힘들 때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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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오후, 김승준 9단이 기보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클릭을 반복한다. 화면 가득 잡힌 반상에 흑백이 척척 놓인다. 클릭 한 번에 돌 다섯 개가 한 묶음으로 놓인다. 중반의 초입까지 돌이 잡힐 때 전체를 한눈에 담아둔다. 그리곤 이희성 6단을 돌아보고, “(복기를) 시작하지.” 그리 말한다.
이6단은 그날 둔 대국의 첫수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철한 9단과의 국수전 대국을 막 끝내고 난 다음이었는데 말이다. 기보가 바로 그것으로, 김9단이 10초만에 주르륵 놓아본 장면. 흑1부터 흑5까지가 마지막 클릭 한 번으로 반상에 놓인 돌들인데 사실 수순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프로들에게 수순은 보인다. 백2가 예리한 맥점. 다음 백A 붙이는 수단을 남겨두었다. 백2에 대해 흑이 B로 받으면? 그건 D 끊는 수를 노려 백C 막는 수가 대단히 크다.
프로들은 복기할 때 첫수를 기억 못 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논리 이전에 형태가 먼저 머리 속에 잡혀야 기억도 재생되기 쉬운 것. 음악의 멜로디처럼 바둑의 수순도 전체의 형태 속에서라야 의미가 있는 것. 그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돌이 놓여지지 않은 반상은 프로에게도 상상의 대상이 사라진 막연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심리학, 특히 형태(gestalt) 심리학의 도움이 바로 그것 아닐까. 이와 관련해 생각나는 것은 우리 나라 바둑 학습서의 내용과 단계별 학습과정에 맞는 교재의 필요성이다. 바둑학원이 800여 개가 넘는 이 때에 제대로 된 책이 있다면 입문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바둑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많지만, 교육학이나 심리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공동 연구를 통해서 씌어진 것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아뿔싸. 내 싫어하는 칼럼의 성격이 바로 이런 것인데,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그런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쓰다보니,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다. 부디 전문가께서는 웃어주시고, 비전문가는 전문가에게 묻기를 게을리 말기 바랄 뿐이다. 나? 음…, 역시 언제나 마지막에 걸리는 것은 “나”라는 존재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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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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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봄... 보고 싶기도 하고, 지리산 생각.. 주루륵 읽다보니 이 글만 달린글이 없네. "쉽게"만 지우면 아주 좋은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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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