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된 맥점의 활용, 사회적 숙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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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3시 경. 기사실B에서 쉬고 있었다. 기분 좋은 휴식. 일찌감치 대국을 끝내고 의자를 낮게 한 후에 동료 후배들의 복기를 감상하는 그 시간. 그처럼 맘 편한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 옆엔 목진석과 박정상, 앞에는 김지석 군이 있었다. 김 군의 패국(敗局)을 검토하고 있었다. 중요한 요점만 잡아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 그 하나가 나에게 생각을 던져 주었다. 기보를 보자. 지금 이 장면에서는 백2 백4가 좋지 않을까. 박정상의 의견. 목진석은 말이 없고 앳된 김 군은 승부에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볼그레한 두 볼이 여전히 눈부시다.
백2 백4는 이 경우의 맥점이다. 이 다음은 필연인데 흑A 백B 이하 백H까지다. 만약 백4에 대해 흑이 B로 대응한다면 A와 b를 맞보는 백a로 하변 흑이 잡히니 흑B는 있을 수 없다. 아쉽게도 실전은 백2가 아니라 백A였지만.
나는 저 백2 백4에 대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사실 언제나 있는 맥점이다. 그렇다면 굳이 내 생각을 잡아둘 그 무엇이 있었을까. 있었다. 내 보기에 저 백2 백4는 프로들의 의식 속에 아직 그다지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수법이 아닌가 한다. 물론 다들 알고는 있다. 그러나 안다고 할지라도 그리 쉽게 둘 수 있는 맥점은 아니다. 바로 이 점이다. 이 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정석은 수없이 창안되고 해석도 변한다. 그와 반대로 맥점은 제한되어 있지만 새롭게 발견된 맥점은 그 쓰임새가 사라지는 법이 없다.
흑1 한칸은 널리 쓰이지만, 그리고 탄탄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백2 백4는 프로의 머리 속에 그리 널리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한칸의 폭넓은 활용에 비해 그 약점에 대한 맥점은, 놀랍게도 아직 확인 중인 것이다.
아마도 저 백2 백4가 쉽게 착상에 잡히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 우리의 인식이 아직 흑1 한칸 속으로 충분히 젖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흑1 한칸이 오늘날과 같이 자연스럽게 두어진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 흑1을 맘껏 두려면 백2 백4를 알아야 할 것이고, 백2 백4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흑1 한칸에 대해서 좀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인을 숙성시키는 과정에는 사회적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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