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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히고 따내는 패는 프로들도 기억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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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듣는 얘기. 프로들은 어찌 그리 기억력이 좋으냐? 그 복잡한 수순을 어찌 그리 놓치지 않느냐? 들을 때 기분 좋은 얘기다. 바둑 두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으리라는 일반의 짐작도 아마 이 점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다들 저마다의 영역에서 독특한 기억력을 자랑한다. 법학자라면 수많은 법조문과 판례에 대해서 잘 알 것이고, 수학자는 복잡한 수학적 증명을 머릿속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기억력 여부는 잘 모르겠다. 프로들도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기 때문인데, 바로 패다. 패감이 많아서 수없이 패를 따내고 다시 먹히고 한다면 그건 기억하기 쉽지 않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짐작컨대, 우리 나라에서 장기가 바둑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까닭은 신문지상에서 수순을 그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은 반상에 돌을 하나씩 더해가기에, 패만 복잡하지 않으면 수순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장기는 한 자리를 두고 반복해서 상(象)이나 차(車) 등 기물(器物)이 오간다.
무엇보다 패는 논리적인 과정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들에게도 패는 기억되기 쉽지 않다. 논리적인 것이라면 기억하기 매우 쉽다. 논리는 쉽게 그려지는 것. 그려지는 것은 쉽게 기억되는 것. 하긴 논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지만.
바둑 역사상 가장 수순이 긴 것으로는 1950년 일본에서 411수까지 간 대국인데 초읽기도 초읽기지만, 패가 많아서 기록자도 기록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대국이 끝난 후 두 대국자가 다시 한 번 기록을 위해 복기를 했는데 수순이 모호했다는 여담도 남아 있다. 천재라고 불린 야마베(山部)가 그 당사자지만, 여기 저기서 74번이나 패를 교환한 그 수순을 제대로 기억할 수는 없었을 듯하다. 신기록을 의식해서 일부러 패를 지속했다는 말도 있었다.
기보는 지난 3월 23일 조훈현(백)과 창하호의 강원랜드배. 천변만화(千變萬化)에 능한 조훈현의 천재성이 잘 발휘된 대국으로, 363수까지 가는 긴 수순에서 활활 타오르는 패의 해일(海溢)도 볼 만 했다. 백6이 패착. 우변 패를 먼저 해결했다면 백이 이겼을 것이다. 역시 패는 기억뿐만 아니라 판단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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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문용직입니다. 저의 주소를 말씀 드립니다. moonro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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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smine9 |
｜ 2006-04-12 오후 10:4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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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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