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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표현되면 좋을 천재들의 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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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풍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의 정의는 “기사의 독특한 수법”인데, 수법을 광의로 해석해도 뭔가 부족한 듯하다. 그래서 나는 풀어 말했다. 기풍이란 개인의 타고난 성향과 “바둑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안목의 결정체라고.
두터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자연히 두터운 바둑을 둔다. 실리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면 자연히 실리바둑을 둔다. 그리 보았다. 그 동안 성격이 기풍을 결정한다는 가정이 암묵적인 지지를 받았기에 나는 그에 대한 반론을 하나 제기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균형 잡힌 이해란 언제나 부족한 것이기에.
그러나 돌아본다. 과연 조훈현이나 이창호나 이세돌은 바둑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르기에 서로 다른 기풍을 보이는가? 세계정상급의 수준에서 바둑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다를 수 있는가? 의문이 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둑의 창조적 과정을 생각해볼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앞서 걸어서 뒷날의 기사들에게 지평의 창(窓)을 넓혀준 그런 모험. 후인들이 그 오솔길 따라 걷다가 한 걸음 더 내디뎌 한 순간 산 정상에 오르는 그런 길.
누가 오솔길을 넓혀 가는가. 돌부처 이창호, 부드러운 바람 날카로운 창(槍) 조훈현, 우주류 다께미야, 평명류(平明流) 다까가와, 면도날 사까다, 미학 오다께, … 등등. 그들인가. 그렇다. 그들이 저마다의 안목으로 저마다의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들의 재능과 노력을 경주(傾注)해서. 그렇다. 기풍은 개인의 타고난 개성과 공부의 수준이 결합되어서 나타난 반상의 안목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의 기풍을 찾는 것은 그들의 안목을 밝히는 것이 될 것이다. 우주류와 평명류는 착상의 특징을 요약해주며, 면도날, 미학, 바람 등은 감각적 개성을 알려준다. 그들의 반상 안목을 유추해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돌부처는 반상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주기에, 그것만으로는 기풍을 밝히기에 충분치 못하다.
아마도 여기 나부터 안목의 부족을 자인해야 할 듯하다. 기풍을 붙잡는 것은 이창호가 찾아낸 오솔길을 밝히는 일임을 주장하는 나부터 말이다.
백1은 우주류 다께미야, 그만의 결단이다. 저 안목으로 바둑 두는 기사는 1940년대 이후에는 거의 없었기에 그가 보여준 세계에 우리는 감탄했었다. 우주류는 그 기풍을 밝혀주는 괜찮은 개념이었기에 그 표현도 즐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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