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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기쁨 하나, 상수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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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가 되고 싶었다. 1974년 가을부터. 나는 실패했다. 1983년 봄까지. 나는 성공했다. 1983년 12월에.
이미 늦은 나이였는데 왜 나는 프로가 되고 싶어 했을까. 이유야 많았다. 아마추어로써 정상에 도달하면 자연스레 프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하나. 프로 수준까지의 노력이 아까워서 도전하고 싶은 것이 하나. 바둑이란 것이 워낙 재미있는 것이어서 또 하나.
그러나 이런 일도 있었다. 1980년 경. 프로기사들의 사랑방인 기사실에 놀러가서 이미 프로가 된 친구와 바둑을 한 판 두었었다. 프로를 인정하기에 내가 정선(定先)으로 두었다. 소위 덤이 없는 바둑인 것이다. 약간의 자존심이 상했을까. 나도 입단 실력으로 자부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야, 이거 입단해야겠구나. 입단하면 언제나 호선(互先)으로 둘 것 아냐? 나이가 들어서 내가 실력이 약해지더라도 말이야.”
프로들끼리는 언제나 호선으로 두는 것이 예의이자 관례. 그것이 20세기 중반부터의 프로바둑의 결정이었다. 전통이 되었다.
며칠 전 KBS 바둑왕전에 출전했다. 상대는 조한승 8단. 세계정상급의 기사. 하하.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어, 졌네.” “야, 이거 웬 일이야. 정상과 한 판 두다니 말야.”
실력이 말을 하는 세계이기에, 프로들도 말 못하는 고충이 있다. 정상을 달리는 후배와 한 판 두고 싶어도 차마 말을 못한다. 내 흑을 잡고 덤 없이 한 판만 두자. 그리 말하고 싶어도 승부에 집중할 후배에게 억지를 부리는 듯해서 첫마디도 못 꺼낸다. 평상시 만만한 후배라면, 우리 속기로 점심 내기나 한 판 할까? 그리 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참 아래인 후배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자, 나의 바둑 한 번 보여드리겠다. 내가 백이다. 흑1 급소를 찔린 장면. 백A 흑B 백C로 대응하면 무난하겠다. 그리 두었으면, 만만찮은 바둑이었다. 그것이 조한승 군의 국후 판단. 그러나 나는 좀더 패기 있게 두었다. 결과는 당연히 나의 패배. 그러면 어디에 두었느냐고? 차마 그건 알려드리지 못하겠다. 프로의 자존심이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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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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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illos_ |
｜ 2005-12-23 오전 10:2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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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박사님의 글은 솔직하면서도 담백해서 참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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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 즐거운 성탄 보내셨는지요, 바둑을 참 좋아하는 분이라 느껴짐니다 이상하죠? 프로기사에게 바둑을 좋아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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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리 느껴짐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까지 객관적이고 싶어함을 느낌니다 새해에는 평온이 더욱 충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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