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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상황일수록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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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심장외과 전문의와 차를 함께 했다. 두툼한 손을 가지고 계시기에 부탁했다. 한 번 손을 만져 봐도 되느냐고. 부드러운 탄력을 지니고 계셨다. 그리곤 물었다. 심장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어냐고. 그 분의 답은 이랬다. 결단력이라고. 순간 순간 변하는 상황에 처해서는 결단이 중요하다고. 과연 마음에 오는 말씀. 바둑은 어떤가. 역시 결단이 중요하다. 그래서 프로들은 속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 수 10초의 바둑을 두기도 한다. 속기로 이름난 프로들은 상대의 돌이 반상에 놓이기도 전에 먼저 돌을 반상에 착점할 때도 적지 않을 정도다. 물론 연습바둑에서다.
상대의 돌이 반상에 놓이기도 전에 착점한다고? 하하. 진짜다. 머릿속에서 상대의 착점이 먼저 떠오르기에, 손이 먼저 나가는 것은 때론 자연스러운 일. 나도 경험이 없지 않고, 대부분의 프로들도 그럴 것이다. 서로가 양해한다.
바둑을 빨리, 많이 두면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빨리 두면, 이리 된다. 지면 오기(傲氣)가 쌓인다. 투지가 끓어오른다. 그러면 그 다음 판은 더욱 승부 위주로 나아간다.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반상을 이끌어간다. 적극성은 프로의 자질로 절대로 필요한 것.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속기에서 얻는 잇점의 하나이고, 감각의 양성을 통한 결단력의 배양은 또 다른 하나다.
기보를 보자. 백1에 대해 흑2는 맥점이자 절대의 감각. 다음 백A는 흑B로 백도 무거워지기 때문에 백도 다음 수가 마땅찮다. 다시 말하면 백1은 악수였던 것이다. 백은 백1에 대해 흑B 이어줄 것을 예상했기에. 백1을 두었지만, 곧 흑2를 만났을 때, 아차! 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없었으리. 흑2를 둘 때엔, “두어라 언제든지 반격하겠다.” 그 감정이 다분히 실렸으리.
실로 제한시간이 넉넉한 바둑에서는 저 백1은 나올 수 없다. 당연히 흑2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기라면 저 백1은 쉽게 둘 수 있다. 상대의 반격보다는 나의 도전이 더욱 강하게 의식되기 때문이다.
한 수 10초에서도 얻는 것은 적지 않다. 그 하나, 결단이야말로 승부사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참! 초보자가 그리 두면 그건 좀 곤란하다. 전체 바둑판이 둥글게 보일 정도로 공부가 많이 된 상태에서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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