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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진보란 사소함으로 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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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생 수학을 보았더니, 아니 웬걸. 내 어릴 때 배우던 것은 진부한 상식으로 변해버렸다. 중학교 때도 어려웠던 바를 초등학생이 배운다.
과학이란 그렇다 한다. 과거 천재들의 뛰어난 업적은 그 어려웠던 증명과정이 점차 단순하고도 명료하며 아름답게 변한다 한다. 처음에는 이해할 사람이 손을 꼽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대학생도 이해할 정도가 된다고 한다.
지난 11일 한국기원 2층 삼성화재배 예선전. C 9단과 W 6단의 대국에서다. 흑1 젖힘에 백2 끊는 수가 멋진 맥점. 다음 흑A 백B 흑C 백D가 필연이며 백a 흑b의 활용을 남겨둔다. 만약 흑1에 대해 백B 흑C 백D를 먼저한 후에 백2 끊는다면 당연히 흑은 b에 이으리.
타이밍을 잘 잡아챈 멋진 수순의 맥이었다. 그런데 바로 저 맥점이 일본에서는 몇 번 나타날 때마다 다들 역사에 남는 맥, 놀라운 착상이라고 평가받았었다. 평가에 인색하지 않고 자료의 보존에 성실한 그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두점으로 이뤄진 저 형태▲에서는 백2로 먼저 끊어 응수를 묻는 것이 언제나 주어져있다. 저 형태만 익혀둔다면 그 오랜 감탄을 불러왔던 어려운 맥은 사소한 맥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우하귀 백3 끊는 맥과 다를 바 없다. 흑A 백B 흑C까지 흑a 젖힘을 방지한다. 둘째, 우리도 저 맥점에 대해서 가치 높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바둑 문화도 다양해지고 높아질 것이다.
수 백 년 전의 바둑에 비해서 오늘 우리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다시 백 년이 지난다면, 오늘 프로가 알고 있는 수법은 아마추어들도 대부분 알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실로 지난 19세기 프로 바둑만 보더라도 초반의 포석은 오늘날의 아마추어 고단자들 수준에 못 미친다. 물론 중반 이후의 예민한 수읽기와 함축성 높은 감각은 장소를 떠나 고금(古今)을 떠나 명인들의 수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건 상당 부분 재능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그런 과정 속에 살아가는 것. 과학이나 학문의 참신한 발견이 사소하고도 진부하게 여기는 그런 길에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운명을 갖는 것이라니,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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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