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수(上手)가 접바둑을 접는 법은
|
|
|
|
|
어제 친구와 4점 바둑을 두었다. 멀리 있어도 옆인 듯 인터넷의 넓은 세계. 상수 폼도 좀 잡았다. 그런데 상수는 접바둑을 어떻게 두어야 할까?
9점 접바둑을 생각하자. 초반은 흑에게 절대로 유리하다. 백이 첫수를 두어봐야 겨우 9:1의 대결. 곧 10:1이 되고, 또 10:2.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 30:21, 30:22, …, (n+8):n, … 이리 된다. 그러니까 백은 서두르면 아니 된다.
자,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상수는 어디서 하수와 싸워야 할까? 하수는 발이 느리다. 수에 밝지 못하다. 그것이 하수의 정의. 그렇다면 말이다. 상수는 반상을 넓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느린 발의 하수가 반상을 제대로 뛰어놀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넓어지면 모호하게 되고, 모호한 세상 속에서 하수의 수읽기는 헤맬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출발점에서 접바둑에서 상수가 두어야 할 방식을 연역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형정석을 피하라. 대형정석은 반상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그러면 반상이 좁아진다. 이는 반상을 넓게 하는 것이 상수에게 유리하다는 것과 배치된다. 2) 형태를 결정하지 마라. 미리 결정해두면 반상이 좁아진다. 하수의 낮은 판단능력을 굳이 높일 것 없다. 3) 하수로 하여금 넓은 바둑을 두지 못하도록, 흑을 갈라두라. 분열된 흑에게 모호함은 높아지고 백에게는 선택이 넓어진다. 4) 두텁게 두라. 초반에 집은 없더라도 흑을 두텁게 해주지 말라.
뭐, 이런 논리들을 제시할 수 있다. 출발점은 넓은 반상과 모호한 세상. 바로 그것이었다. 얼마든지 더 많은 추론을 만들 수 있으리. 그 동안 하수를 위한 지침과 책은 나왔지만 그건 방향이 좀 아쉽다. 상수가 바라보는 기본적인 방식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하수가 어떻게 반상을 넓혀볼 수 있겠는가.
기보는 얼마 전 Y연구실에서 3점 꼬마와 한 판 둔 것. 흑2가 실수다. 백3이 좋다. 다음 흑A 두더라도 손을 뺄 수 있으며, 중앙이 넓다. 상변 흑은 백3의 여파로 좁아졌다. 흑2는 3 백B로 교환해두어야 중앙 백이 좁아지고 상변 흑이 넓어졌을 것이다.
물론 상수와 하수는 상대적인 것. 필자도 고수와 두면 하수가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상수의 수법을 이해하면 하수에의 탈출도 좀더 쉽지 않을까 한다.
|
|
|
|
|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부득탐승 |
｜ 2005-11-29 오전 12:29:00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은 인생역정과 흡사하다. 문용직 사범님의 글은 실력을 떠나(?) 아마인 나를 뭔가를 생각해 주는 글을 쓰신다. 그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