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시킨다는 건 성력(性力)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합금함으로써 두 사람이 하나를 이루지만 처음관 달리 나이 들수록 성력이 떨어져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가난한 자들은 스스로의 몸을 굴리는 횟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성력(性力)에 대한 건강이 나쁘다기보다 평균치를 웃돌지만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기름진 음식은 좋아하므로 노화적(老化的)인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주머니가 가벼워 본인이 직접 일을 해야 생활할 수 있을 때엔 성생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나이 들고 어느 정도 사회에 기반을 쌓은 경우, 은근히 걱정이 앞서는 건 약해진 성력 탓이다. 이런 걸 우회적으로 그린 게 <변강쇠타령>이지만 신라라고 해서 그런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주사위놀이의 ‘월경’이 있었다.

사내가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면 당연히 활력 넘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현대의 사내들은 그러질 못한다. 이 점은 미실이 살았던 그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허약한 곳을 은밀히 치료해 재생시키는 방법을 안다면 연금비술(鍊金秘術)이 되어 부부화합을 이룰 수 있다. 
  그 방법이 간단한가? 그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검증하며 고통을 참아내는 수련기가 필요하다. 성(性)을 아는 것, 그것은 자신을 개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몸은 어떤 것인가? 또 공포란 어떤 것인가? 스스로의 몸이 약할수록 공포가 어리고 도전심이 약하고 생에 대한 집착도 약하다. 싸움에 나선 용사가 자신이 용감한지 또는 무기력한지를 안다면 그 전쟁에 어떻게 처할 것인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성(性)에 대한 기쁨보다 막연한 공포는 자신의 생명이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성생활이란 것도 생명의식이 없는 기계적인 용맹함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병사는 정신적 나약함에서 벗어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간직한다.

미실이 살았던 그 시대엔 요즘처럼 비아그라니 해구신 등의 비약(秘藥)이 있었던 게 아니다. 컴퓨터를 움직여 간편해진 생활패턴처럼 그때도 그런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칼이나 활 등을 사용하는 백병전 시대엔 뒤로 물러나 운수좋게 살아나는 것보다 생을 무시하고 죽음을 겁내지 않은 용기가 승리로 이끌었던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들의 오래전부터의 싸움, 그 싸움엔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자가 패배자였다. 바꾸어 말해 승리란 언제나 살아남은 자가 쥐게 된 것이다. 어떤 전투에 모든 병사가 장렬히 죽었다면 아무리 용감했어도 승리자는 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성력(性力)은 생의 원동력이고 부부생활은 무엇보다 성력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미실이 살았던 그 시대나 현대나 공통분모의 결론이다.

유학(儒學)을 따르는 우리네 부모님들은 성(性)을 추잡하고 비겁한 해독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당사자 개개인의 관념은 달랐다. 예를 들면 북어와 생태가 같은 것이고 동태도 슬그머니 끼여든다. 막걸리라는 것도 선비들이 마시면 약주란 표현을 쓴다. 종교의 교리상 스님들은 술을 마시면 안 되기 때문에 겉으론 멀리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 역시 술을 마신다. 이름만 곡차(穀茶)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성(性)은 어떤가? 이 역시 어떤 요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북어를 가지고 요리할 때 가공법의 솜씨에 따라 ‘북어국’ 명물을 생산할 수 있고 ‘북어찜’도 만들 수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도수가 낮은 걸 선호하다 보니 막걸리가 잘 팔린다지만, 그 역시 술을 가공할 때 여러 방법으로 약주가 되고 막걸리가 되고 곡차도 된다.

성(性)을 생명의 원동력으로 볼 때 불려지는 이름은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 문제는 영양가와 성질이 제대로 됐는가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남녀간의 합금, 이른바 섹스가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지금 자신이 발휘하는 실력(行術)이 원만한가 하는 점이다. 자신에게 잠재된 큰 힘이 부부생활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가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성사(性史)>에는 스스로의 육체 속에 있는 성을 환상의 자원으로 여기고 석유나 황금을 발굴하듯 번영으로 끌어올리는 법을 가르친다.

미실은 스스로를 조련하는 방법을 할머니에게 들은 바 있었다. 그러므로 대왕을 모시는 자신의 시기가 오면 월성의 남녀를 수중에 밀어넣어 성(性)의 만찬을 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지소태후가 추진해 온 남도(南桃)의 연회와는 격이 다른 성희(性戱)였다. 그 일의 적임자로 세종 전군을 생각한 것인데 뜻밖에 설원랑이 보명궁을 찾아들었다. 미실은 잠깐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연금비술(鍊金秘術) ; 이 술법은 도교의 전유물로 알려졌으나 좌도 밀교에서도 방법을 달리해 사용하고 있다.

▲곡옥 목걸이는 왕족들이 사용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