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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는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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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는 시 한 편
2016-06-16     프린트스크랩
▲ 바닷가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 방과후 학습의 바둑부 학생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이다. 특히 글을 써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은 사람의 즐거운 도락(道樂) 중 하나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좋은 문장을 생각하며 한 단어 한 단어를 조율한다. 좋은 글은 내용과 실질이 바탕이지만 글의 장식인 문장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장은 문을 꾸미는 장식이라는 말이 있다. 서술의 형식과 장치를 일컫는 것이겠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항상 이 점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 부족하니 타인의 문장을 부러워하고 시샘(?)도 한다. 요즘 '순장바둑의 복원과 전승'이란 책을 탈고하다가 신유한(申維翰1681-1752)의 시 한 편을 읽는다.

신유한은 1719년 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입국을 했는데 그의 나이 52세 때로 필자의 나이보다 몇 살 아래(?) 때 쓴 작품이라 독서의 감상이 더한다. 신유한은 일본의 한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대나무 울타리를 친 한 집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을 보고 상산의 늙은이들과 불로초를 찾아 삼신산에 사람을 보냈던 진시황을 떠올리는가 하면 기이하지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동박삭을 운운하며 나그네로 해외를 떠도는 심정을 피력한다.


포구를 어른거리는 나무 그늘 속에 / 津頭宛宛瓊樹陰

앉아서 바둑두는 객이 있네 / 有客坐彈棋

나는 그들을  모르고 바둑두는 소리 들리누나 / 我聞棋聲識人

대나무 울타리 안에  깨끗한 초가집 조용한데 / 竹籬茅屋清且夷

어찌 황곡의 기이한 늙은이 들이랴. / 豈是黃谷與園綺

푸른 두건에 칼을 찬 오랑캐들일세 / 綠頂帶劍蠻家兒

머리 들어 바라보니 흰구름은 먼데 / 擡頭一望白雲遙

늙은 소나무  넝쿨이 얽혀 있네 / 古松神草光紛披

나는 선인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나 / 我思仙人一放謌

선인은 바다 저 멀리  있구나 / 仙人乃在海之湄

구름수레는 오지 않고 학만 높이 나니 / 雲駢不來鶴飛高

석양에  홀로  탄식만 나네 / 日暮獨立空嘆咨

저절로 나온다. 천도복숭아 훔쳤던 불한당도 / 自說偸桃漢大夫

시끄러운 세상에  임금의 탑전에 상소를 올렸는데 / 風塵作賦登瑤墀

이번 조선사신 따라와 보니 / 偶逐三韓使者來

목란으로 배 만들고 계수나무로 깃대를 했네 / 木蘭爲舶桂爲旗

진동이 크게 웃으며 나를 보고 말하기를 / 秦童大笑向余言

진시황도 삼신산에 속았지요 하네 / 祖龍亦被三山欺

안기생(安期生)도  길떠날  때 옥신을 두고 가더니 / 安期去時留玉舃

떠난 뒤에 비바람에  부숴졌구나 / 去後煙霞風碎之

해변엔 돌로 쌓은 여기저기 무덤들이 / 海濱築石靑磊磊

어찌하여 선인이 되지 못하고 해골만 묻혔는고 / 何不作仙埋枯骴


신유한이 일본을 방문한 이 시대 일본바둑은 본인방 도치(道知)의 전성기로 이미 9년 전 유구 중산왕이 파견한 유구의 최고수 야라시또시(屋艮里之子)를 3점 대국으로 이겨 해외에 일본바둑을 알리던 시대다. 이즈음 일본바둑계의 명인은 쇼군의 측근 무사 하타모토(旗本)보다도 한 등급 대우를 높게 받으며 명인이 발급한 통행증이면 악명 높던 현과 현의 경계를 지키던 검문소를 무사 통과하는 특권을 부여 받던 시대다.

신유한은 일본을 방문한 기행을 시로 표현하며 몇 편에서 바둑을 언급한다.  특히 바둑을 두는 장면들도 있어 반갑다. 여름 초입이 중복 이상으로 후덥지근할 때  오로의 회원들께서도 건강 조심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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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객추혼 |  2016-06-16 오전 9:52: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을 남긴다는 건 내 영혼의 조각을 새기는 것! 통신사 신유한 선생의 영혼의 한 조각을 후대
에 만날 수 있어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자객행 |  2016-06-16 오후 3:54: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황곡 상산의 계곡에 은거 바둑두던 네 늙은이 있었다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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