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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바둑돌을 들어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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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바둑왕전에 서 일어났었던 일이다. 당시 바둑왕전은 이창호 三단이 김수장 七단을 꺾고 첫 타이틀을 획득한 기전이다. 해프닝은 7월 18일 열린 '반상의 손오공' 서능욱 八단과 '묘수풀이의 귀재' 김수장 七단의 준결승전에서 나왔다. 이 바둑은 복잡한 패싸움이 나오며 무려 343수까지 간 대혈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TV속 기전인 사건이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일 듯.
문제는 1도와 같이 패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서八단이 백4로 팻감을 썼는데 김七단이 불청하고 흑5로 백 석점을 따내면서 백 일곱점도 함께 들어낸 것. 백 의 돌은 A의 곳이 비어 있어 사석이긴 해도 지금은 들어낼 수 없는 돌이다. 이때 서八단이 항의를 했으면 당연히 반칙승이다. 하지만 서八단도 경황중이라 이 사실을 몰랐고, 해설 중이던 노영하 七단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바둑은 결국 김七단이 승리했다.
나중에 담당PD가 그 사실을 얘기하자, 김七단은 "완전히 용궁 갔다온 기분이네."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후 TV방영이 되자 시청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이냐? 이 경우 그 자리에서 항의를 해야 한다. 승패를 결정지은 다음에는 이미 '배 떠나고 난 후에 손 흔드는' 격이다.
만일 이 바둑에서 서八단이 승리했다면 '속기의 달인'인 그가 사건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으면 '지지 않는 소년' 이창호의 출현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바둑사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여름 납량특선으로 끝나고 말았다.
바둑룰 부칙 제4조 대국분쟁 제2항 '따낼 수 없는 돌을 들어냄은 반칙이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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