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는 만해선사가 불교유신론(1910년)과 님의 침묵(1925년)을 지은 곳이며, 만해가 승려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만해기념관이 건립되면서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기리는 성지가 되었다.

만해 한용운은 승려이면서 문인으로 그리고 독립투사로 일제시대에 민족적 양심을 지킨 인물이다. 1879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으며 의병운동-동학혁명군에 가입했다 설악산 등으로 몸을 피했다가 26세 때인 1905년 백담사에서 수계하고, 1910년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한다.
이후 1918년 월간지 [유심]을 창간한 그는 1919년 3·1 독립운동에서 민족대표 33인의 한명으로 참가해 공약삼장을 기초했다. 이로인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고, 회유에 맞서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를 제출해 독립운동을 계속할 의지를 밝혔던 의혈(義血)이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발간했으며, 1935년 이래 일제 탄압이 심해지자 조선일보 등에 연재소설등을 쓰다가 1944년 6월 심우장에서 입적했다. 만해선생이 처음 사문에 출가해 득도를 했고 그의 문인이자 사상가로 출충했던 작품들을 창작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만해선생이 가신 지 65년 세계의 바둑고수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가 바둑팬들에겐 생뚱(?)맞다. 달리 누가 설명해 주는 사람도,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바둑대회가 한국기원과 호텔 등의 특별대국실에서 주로 열려온 것을 감안하면, 평생을 승려이자 독립투사로 사상가로 살아온 만해의 삶과 철학을 기리는 엄숙한 장소에서 바둑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의외다. 그러나 인간 만해를 조금 더 이해하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둑이 만해마을을 찾은 까닭

1937년 잡지 삼천리는 특집으로 성북동 심우장에 칩거하고 있던 만해 탐방기를 싣고 있다. 기자가 만해를 찾은 것은 나른한 봄날이다. 만해는 심우장에서 십여년을 살았다.

만해의 말년인 심우장 생활은 폭풍 같았던 젊은날에 비해서는 개인 만해에게 가장 행복하고 평안했던 날이다. 그러나 경시청의 고등계의 엄혹한 감시와 생활고 등으로 고독한 날들이기도 했다. 만해는 찾아온 기자에게 당시의 생활을 담담하게 토로한다. 기자의 이름은 미상이다.

記: 先生은 最近 文藝書籍을 많이 보십니까?

韓: 네, 그렇다고 해야겠지요. 그 方面의 글을 쓰고 있는 관계로 자연히 좀 보게 되지요.

記: 佛敎에 관한 서적은 요즘도 많이 보시나요?

韓: 이제 나이 많아져서 그런지 책을 보아야 통 기억에 남지를 않아 많이 읽지 않지요.

記: 今后에도 小說이나 詩歌를 자주 쓰시나요?

韓: 네, 그러고싶네요. 기회가 있다면야...

記: 이렇게 외롭게 佛堂 같은 댁에 조용히 늘 계시니, 적적하시고 속 답답하시지 않으신가요?

韓: 허허! 내게는「孤寂」이라든가「沈鬱」이라는 것이 통 없지요. 한달  내내 늘 조용히 앉아 있어도 심심치는 않아요. 혹은 글을 쓴다든가 책을 보는 이외, 간혹 손이 찾아오거나 하면  바둑을 두고, 틈만 있으면 「正座」하고 俗念에서 물러나「叅憚」하는 것이 나의 日課지요.

記:「叅憚」은 꼭 時間을 정하시고 하시지 않으십니까?

韓: 그렇지도 않지요, 조용한 틈이면 언제든지, 몇 십분이고 몇 時間이고 하게 되지요. 그러나 아침 일찍이 洗手한 다음과 저녁밥이 지난 뒤 잡자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매일 꼭「참선」하지요.

심우장을 찾는 몇몇 지인이 있다고 했다. 이때 만해를 찾아온 사람들은 정인보, 안재홍, 방응모였다. 정인보와 안재홍은 역사학자고 방응모는 조선일보 사장이다. 만해는 방응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시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여러 편의 소설을 쓴 것이다. 만해의 바둑친구들은 이들이다.

만해는 좌선하고 책읽고 바둑두는 것이 심우장생활의 전부라 말한다. 만해는 눈푸르던 납자시절 백담사에서 대천번개의 한 소리를 내지른 적이 있다.

대장부 가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
얼마인지 모를이들  나그네로 살았는가
일성을 내어 온 우주에 소릴치니
눈 속에 복숭아꽃 하늘하늘 붉어라.

男兒到處是故鄕 /幾人長在客愁中/一聲喝破三千界 /雪裏桃花片片紅

참으로 호연지기가 충만한 조선 청년의 기상이다. 만해의 이 오도송은 풍상세월을 예고하는 만해 자신의 운명이 스며 있다.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사람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할일이 있다. 조선사람이기에 조선 사람의 일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해는 시종여일했다. 3,1독립 선언서에 서명했던 동지들 태반이 일제에 부역(?)을 했을 때도 만해는 독야청청했다. 감시와 소외 그리고 엄혹한 생활고 등의 시련을 답례로 받으면서도 만해는 굳건했다. 그 시절 만해의 외로움에 친구가 되어준 것이 바둑이다.

깨달은 이에게 바둑은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