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기사(碁師)의 노래
2 도사쿠 바다 너머와 악수를 하다
3 진정한 바둑마니아
4 오가사와라에서 만난 김옥균
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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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오로 창사10주년기념 특집칼럼
1편. 기사(碁師)의 노래

25사(史) 중 하나인 북사(北史)는 '왜국전'에 바둑, 악삭. 저포 등이 매우 유행한다(碁博 握朔 樗捕之好) 기록할 정도로 일본의 고대 바둑은 깊고 찰지다. 대중(對中) 관계에서 나오는 바둑기록이 한국보다 많고 일본의 고대 사서인 '속일본지' '삼대목'은 물론 '영이기(靈異記)' '고승전' 등의 기록은 백여 건을 넘는다. 우리의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에 보이는 30여 건의 기록에 비교하면 빈도수나 질적 내용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일본 기록의 상한연대는 '도림'이나 '신충'의 바둑기록보다 하한인 42대 문무천황(701)의 기록이다. 승려들이 음악과 바둑 저포 쌍육 등에 너무 빠져 있으니 금하라는 내용과 같은 시기 승려 변정(弁正)이 당나라에 입국하여 현종의 '기대조' 에 응했다는 기록이다. 이후 일본바둑은 사서와 문집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사안가(四安家)의 기서들

일본의 고대사회는 인간의 감정을 제약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풍토가 있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남녀가 상열(相列)하며 즐겁게 놀 줄 아는 민족이었다. '만엽집(萬葉集)' 속에는 많은 이별의 노래가 있다. 길 떠나는 남편과 남아있는 아내의 개별적 입장에서 나온 감흥이 자유자재다.

무사시 봉우리 안보이는 곳까지 오니

멀어져 가는 당신 이름을 부르며 나는 울었다네.

(武藏袮能 乎美袮見可久思 和順札遊久 伎美我名可氣弖安乎 袮思奈久流)

군역인지 요역이지는 모르지만 길을 떠나는 남편의 입장에서 점점 멀어지는 집과 아내를 떠올리며 슬퍼하는 순수한 사내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이런 노래모음집 속에 네 건의 바둑 노래가 전한다. '상문(相聞)'이란 노래와 '기사(碁師)의 노래'라는 두 곡이 그것이다. 이 작품에도 이별이 들어있다. 그러나 남여간의 그런 사랑의 감정은 아니다.

무산에 노을이 피어 오르면 밤을 틈타 나는 출항준비를 한다네

등방리에 사는 어머니도 알지 못하지.

(毋山 霞棚引 在夜深而 吾舟将泊 等方里不之母)

생각하네  비록 (바둑의) 신묘한 이치 아직 깨우치지 못했음을... 배꼬리를 쫓는 물결

포구까지 이어지나니 고개를 돌려 나루터를 바라본다네.

(思乍  雖来玄不勝而 水尾埼  真長乃浦乎 又顧津)

우리의 향가에 비교되는 만엽집에 채록된 기사의 노래는 엄숙단정하다. 바둑에 뜻을 두고 집과 고향 그리고 노모까지 등지는 한 사내의 결심과 회한이 잘 녹아 있다. 이 노래는 필자가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어떤 국내 논문에 내용소개 없이 '만엽집에 바둑 노래 두 건이 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으나 필자가 찾아본 결과 네 건이다. 만엽집은 7세기부터 결집되기 시작한 책으로 수록된 노래는 5천여 곡으로 장가(長歌) 단가(短歌) 잡가(雜歌)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역사성과 문학성을 함께 구현하여 일본사상사(日本思想史)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