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3월18일자 일기는 전서본과 서체일기가 다르다. 전서본의 기록이 생략되어 기록된 때문이다. 서체본을 살려 생략부분을 보충했다. 사실 난중일기는 15만 자 정도인데 2011년 3월 현재 완전해독 부분이 13만 자 정도다. (주1: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학회세미나발표) 대략 85퍼센트가 해독된 셈이다.

3월18일과 5월11일 장군은 이홍명과 바둑을 둔다. 이홍명은 장군의 막하(참모) 중 한명이다. 장군의 절친한 바둑친구는 이억기와 순천부사 권준 등이다. 장군이 바둑을 두던 날들은 군영의 휴무나 날씨 등과 상관이 없다. 이 점을 계사년 5월22일자 일기가 증명한다.

계사년 5월24일과 25일은 맑았다. 이날 명나라 수군과 육군의 장수들이 장군의 군영을 방문했다. 장군은 통역을 통해 그들과 대화를 나누려 하나 통역의 실력부족으로 곤란을 겪는다. 조선과 명, 조선과 청나라 관계에 나타나는 역관들의 실력은 의외로 부족한 듯하다. 연행록이나 조선실록에 나타나는 조선 역관들의 실력부족을 탓하는 기록이 많다. 명나라 장수들은 조선수군의 전력이 예상외로 강해 기쁘다며 횡설수설하며 술에 대취하여 다음날까지 일어나지 못한다. 25일 명나라 장수들이 군영을 떠나자 장군은 거제도 앞바다로 전개한 좌수군을 점고한 후 우수사와 작전을 논하고 최천보 이홍명을 불러 바둑을 둔다.

난중일기에 보이는 장군은 매우 섬세하고 몸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수시로 꾸는 꿈과 종종 나타나는 신열 그리고 몸살증세는 장군을 괴롭힌다. 입고 있는 옷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기록도 빈번하다. 갑오년 6월3일이 그런 날이다. 그날도 비가 온다. 장군은 몽이 아파 뒤척이고 있는데 이억기와 이순신(동명이인)이 와 진종일 바둑을 둔다. 그날 장군은 노모가 건강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기도 한다.

장군은 진중에서 갈등을 빚는 원균과 수시로 자신을 모함하는 이일 정담수 등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낸다. 경상우수사 원균과 경상도 순변사 이일은 군문의 실력자들로 수시로 장군을 괴롭힌다. 정담수는 그들에 부화뇌동하며 장군의 심기를 최저로 가라앉힌다. 장군의 이들에 대한 적개심은 갑오년(1594년)에 오면서 최고점에 도달한다. 갑오년 6월2일의 기록이 그것을 상징한다.

그날은 맑았다. 장군은 우수사 진영을 다녀왔고 강진군수가 술과 고기를 갖고 군영에 오자 함께 활을 쏜다. 그때 군영에 원균이 나타난다. 장군은 즉각 기분이 상해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 버린다. 원균은 망신을 산 셈이다. 장군은 막사로 와 침상에 비스듬하게 누워 충청수사 최호와 배문길이 바둑을 두는 것을 구경하며 심기를 달랜다. 장군은 이때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경상우수군 전라좌수군 우수군의 작전권자(주2.)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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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 충청수군이 삼도통제군에 들어온 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이다. 당시 충청수군의 존재는 극히 미약했다.

영화 '성웅 이순신'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