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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를 안하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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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제29기 왕위전 도전1국(사진). 이 대국은 충남 예산 수덕사라는 절에서 열리게 됐다. 유창혁 六단이 왕위전 4연패를 할 것인가, 무관의 제왕 조훈현 九단이 슬럼프를 탈출할 것인가. 유六단이 유리한 가운데 조九단이 맹추격전을 개시해 바둑은 미세한 반집승부가 됐다. 조九단이 초읽기에 몰려있었다. 바둑이 미세해지자 끝없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六단이 자꾸 기록자를 째려본다. 계시원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오후 산사는 가벼운 풍경소리, 목탁소리, 염불소리, 바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졸음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계시원도 바둑에 빠져 정신이 없는 상태. '아뿔싸, 내가 지금 초읽기를 안하고 있었군.' 시계를 보니 이미 1분이 지난지 오래다. 그래도 어떡하랴.
"조국수님 마지막 초읽기입니다. 하나, 둘, 셋…"
다행히 그 바둑을 유六단이 이겨 왕위전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바람에 이 사건은 사건 아닌 사건으로 유야무야(有也無也)됐다. 그런데 만약 바둑이 뒤집혀 유六단이 항의라도 했으면 어떻게 되는가?
계시원의 명백한 실수가 확인되면 무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 대국자는 물론 한치의 양보가 없겠지만 유六단은 '초읽기를 넘겼으니 원칙적으로 실격패다.'라고 이의 제기가 가능하고 조九단은 '하지만 진행측의 잘못은 내 책임이 아니므로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 조치훈의 사례 등 지금까지 관례로 보아 이처럼 양측 주장이 팽팽할 때는 무승부로 귀결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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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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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hoF |
｜ 2006-01-15 오전 2:1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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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하하.. 재밌군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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