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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환 - 치열한 정보통신시장과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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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환 - 치열한 정보통신시장과 바둑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여주는 바둑
가로세로 19줄이 만들어내는 361개의 교차점과 흰돌, 검은돌. 바둑하면 누구나 연상되는 것이지만 단순하고도 어쩌면 평범하게만 보이는 이 속에서 애기가들은 인생의 깊은 맛을 느끼고 때론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내가 바둑을 본격적으로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2년말 데이콤에 갓 입사했을 때였다. 유난히 바둑을 좋아하던 당시 2급 실력의 조익성 선배(현 데이콤 정보통신부문 대표이사, 전무)와 우연히 내기바둑(그것도 9점 접바둑)을 두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천리안 통신바둑의 재미에 매료
당시 데이콤은 설립된 지 채 1년도 안돼 회사 전체 인원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터라 이런저런 제도 구상에서부터 신규사업 검토에 이르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형편이었지만 분위기만큼은 화기애애했던 시절이었다.
점심내기, 소주사기, 간식사기 등 내기바둑에서 난 번번이 참패를 당했고 용돈도 축나기 시작했다. 9점 접바둑임에도 불구하고 지기만한다 생각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약도 올랐다. 한때는 바둑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느날 '매번 지고 열받아하는 자네 모습이 하도 재미있어 9점 접바둑도 마다않고 함께 두었노라'는
조 선배의 말에 오기 반, 재미 반의 마음가짐으로 바둑의 세계에 더욱 탐닉하기 시작하였다.
퇴근은 주로 기원으로 했고 주말엔 조 선배의 집에서 밤을 새워 바둑을 두었으니 매일 늦는 남편을 둔 아내와 형수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이렇게 시작한 바둑실력이 3년 후에는 조 선배와 2점 접바둑을 둘 만큼 일취월장하였고 서서히 단순한 내기놀이감으로서의 바둑이 아닌 진정한 바둑의 세계에 매료되면서 데이콤 기우회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천리안을 통한 통신바둑을 접하면서 가끔 시간이 날 때면 가까이는 서울에서부터 멀리는 바다건너 제주에 사는 전국 가지의 애개가들과 국민학생으로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대국 상대들과 수담을 나누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온라인 바둑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바둑을 통해 대세관을 배우다
이처럼 짧지만 투쟁의 역사(?)였던 나의 바둑생활을 통해 난 '세력보다도 실리에 중점을 두는 기풍'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력바둑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국지전보다는 전체판을 생각하고 작은 것에 얽매이기보다는 전체 대국을 읽는 견실한 바둑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견고한 세력바둑을 펼치기위해 서는 보다 기초를 튼튼히 하고 대세를 읽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판의 바둑이 끝나기까지는 여러 번의 치열한 국지전이 계속된다. 그 국지전에서 한 번쯤 패한다고 해서 완전히 패배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대세를 올바로 파악하고 내가 가진 모든 실력을 총동원해 역전도 노릴 줄 아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바로 이점 때문에 여전히 바둑에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시장은 무한경쟁시장이다. 경쟁을 하다보면 때로는 남들보다 앞서가는 희열도 느끼고 또 때론 쓰디쓴 패배의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같은 국지전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정보통신시장에서는 자주 부딪히는 국지전보다는 확고한 일인자가 되기 위해 마케팅 능력을 배양하고 시장 전반적인 대세를 판단, 적기에 의사결정을 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이 승리하는 길과 가깝다는 것을 바둑을 통해 이미 배워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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