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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 비둑과 인생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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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 바둑과 인생의 조화
하하하, 어서 오세요. 서사범. 나도 바둑에 계속 정진했으면 서사범을 능가했을 텐데 말예요.
-에구, 창호를 이기셔야지 저 같은 걸 이기셔서야 어디….
-거기는 자신이 없고…. 하하.
실로 오랜만에 수담을 나누었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서사범과의 바둑 한판은 늦더위에 한잔 청량음료 같았다. 일찍이 누군가 바둑을 신선놀음이라고 했는가 본데 바둑은 '도(道)'라고 할 수 있으니 바둑두는 사람은 신선이기는 하다. 도란 언어가 끊기는 데 있는 것, 즉 무언(無言)이 곧 도다. 바둑이야말로 무언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평소 입신의 경지에 이른 九단쯤되면 우리 사회에서 우러러보는 도인이 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기경처럼 대접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좀 실례되는 비유일지 모르나 추기경께서 젊은 신학도와 신학에 대해 논쟁하면 이론적으로 나을 것이 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모두 추기경을 사회 지도자로 우러른다. 기사(棋士)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수도승이다. 승부의 실력만 가지고서 경륜과 인품까지 한달음에 이를 순 없다. 初단, 수졸(守拙)부터 九단, 입신(入神)까지에 주어지는 단의 별칭은 그래서 참으로 적절하고도 오묘한 작명이다. 바둑은 사람의 인격을 수양시키는 훌륭한 매체인 것이다.
도망다니면서 는 바둑
나는 가끔 놀기만 좋아하고 생각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바둑을 권한다. 바둑은 차분히 생각하게 하는 차원 높은 도적인 게임이고 따라서 사려가 깊지 않고서는 급수가 늘 수 없는 것이다. 7급만 돼도 사려가 깊어 어디가도 상식에 벗어나는 무례한 행동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바둑책을 곁에 하지 못해 '막 바둑'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성동격서(聲東擊西) 바둑격언 하나만큼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이상으로 알아놓을 만한 인생의 지침이라고 본다 판 전체에 인생의 교훈이 담긴 것이 바둑이다.
나같이 수없는 역경을 거친 사람에게는 특히 바둑대가들의 처절한 승부어록이 감명을 준다. "아직도 시간이 남았는데 돌을 던지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조치훈 九단의 투쟁적이고도 적극적인 승부자세. 74년부터 조영래, 김근태, 심재권 씨 등과 3년간 쫓겨다니던 그 무렵은 조九단이 18세의 나이로 일본바둑 최연소 타이틀을 획득, 한창 뜰 때였다. 최후의 1초까지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승부철학은 독재의 사슬에 도망다니던 와중에도 대학 1학년 때 자취집 18급 아저씨로부터 배운 늦깎이 내 바둑을 성큼 늘려 놓는 계기가 되었다.
이창호 九단이 선생(조훈현 九단)을 밀어내고 국내정상을 정복하던 93년 무렵은 징역살이를 할 때였는데 조선일보인가 어디서 난 인터뷰를 보니 "어려울 땐 기다린다"는 이九단의 말이 실렸다. 기다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기다릴 수 있는 성격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못 기다리는 것이 기다림이다. 50cm 남짓 반상에서 보여준 바둑청년의 기다림은 손바닥만한 독방에서 늘상 그 무엇을 기다려온 내게 색다른 감전이었다.
나는 요즘 신문명정책연구원을 열어 내 당대에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오늘날 우리 인류의 삶은 산업문명시대로부터 정보문명시대로부터 이전하는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전세계적 변화는 문명의 전환이자 신문명의 도래이다. 문명의 전환이 인간의 자유와 복지와 평화와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상과 이념, 정책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과 이념과 정책을 실천케 할 신문명운동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갈등과 경제혼란은 모두 신문명의 도래를 직시하지 못하고 구시대의 안목으로 꿰어 맞추려다 보니 야기되는 현상이다.
이 신문명운동은 우리 민족에 봉사하는 내 마지막 승부수가 될 것이다.
[장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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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돌도기 |
｜ 2006-09-11 오후 10:3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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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승부수 말고도 수가 무한한대 왜 승 과 부만 찾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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