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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임현식의 30년 연기와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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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임현식의 30년 연기 그리고 바둑!!!
심취할 수 있는 즐거움, 바둑
올해로 연기자 인생 30년째를 맞이하였다. '한눈 팔지 않고 항상 공부한다'는 좌우명에 따라 강산이 세 번은 변했음직한 그 세월 동안 오직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한양대 연영과를 졸업하고 1969년 스물네 살 때 박상조·박은수·조경환 씨 등과 함께 MBC탤런트 1기 멤버로 입사하면서 내 연기인생은 시작되었고, 그와 함께 시작한 바둑생활도 30년째에 이르고 있다.
처음 바둑돌을 만지게 된 것은 탤런트실에서 선배들이 바둑두는 모습을 접하면서부터. 모르는 사람이 다 그렇듯 처음에는 바둑두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연예계 최고수랄 수 있는 김인태 선배, 박철 PD 등이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본 바둑이 연기외길에 동반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 단수치고 따먹는 재미'에 취해 바둑을 두었다. 당시 8급 정도 두던 오지명, 김무생 선배들이 18급이라고 공인(?)해 주었다.
점차 바둑두는 재미에 빠져들던 초보자가 이기는 횟수보다는 지는 횟수가 많은 것은 불문가지. 열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책을 사 봤는데 그것이 월간「바둑」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새록새록한 것이 부록특집으로 나온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의 대국보다. '막바둑'이 책을 달달 외다시피 보았으니 실력이 안 늘 수가 있나.
막바둑이 책 한 권 보고 우승
언제나 실력을 보여주나 하고 벼르고 있는데 72년쯤 방송국에서 바둑대회를 개최하였다. 당당히 우승을 하였다. 비록 하(下)급조지만. 당시에는 모두들 실력이 고만고만해 하급조에 참가자가 엄청 많았다. 무려 열흘간이나 대장정을 한 끝에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믿기지 않는 분들은 당시 받은 바둑판이 아직도 MBC탤런
트실에서 확실한 증거로 남아 있으니 부디 확인해 보시길. 바둑판 뒷면에 우승기록이 있는데 후배들이 바둑만 두지 그걸 확인해 보지 않아 항상 아쉬워 했으니까.
그 이후로는 녹화 중간에 틈만 나면 박광남, 심충식, 백인철, 강남길 등 탤런트들과 기술부 스탭, 「임꺽정」을 연출했던 김한영 PD 등 많은 방송관계자들과 수담을 나누었다. 내가 녹화시간에 늦거나 자리에 없으면 PD들은 으레 '바둑두러 갔으니 찾아오라'고 한다.
요즘도 팬들은 거리에서 나를 알아보고 '순돌이 아빠'라고 부른다. 예전 「한지붕 세가족」에서의 구수하고 코믹하고 정감이 넘치는 고향집 큰 형님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바둑둘 때는 '막가파'식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연기자들 속에서 틈만 나면 바둑에 몰두하니 승률이 높지 않을 수 있나.
바둑대회 우승 경력에 기력(棋歷) 30년이면 지금쯤 유단자급 고수일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유단자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 세계 유일의 바둑TV에서 대국을 했는데 3급으로 방송을 탔으니 공인3급인 셈이다.
적당한 움직임(정석)만 알면 초단도 가능할 텐데 정석, 이론이 워낙 약해서…. 여기에 요즘은 야외촬영이 많아서 바둑을 자주 두지 못하는 편이다. 한 프로 맡으면 어떤 때는 6개월 가량 촬영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니 바둑둘 엄두를 낼 수 없다. 다만 바둑은 한 번 어느 급수가 되면 다음에는 두지 않아도 크게 내려가지
않으니 그게 다행이다.
바둑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진정제
'인간이 안된 사람은 목에 힘이 들어가고 연기가 안되는 사람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극작가 차범석 씨의 말처럼 나는 연기생활 9년만에 어깨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겨우 손처리가 됐다. 그때 「암행 어사」라는 프로에서 '방자'역을 맡아 크게 히트친 적이 있다.
이때가 내 연기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다. 나는 '어사'역은 시켜줘도 못한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방자'역만은 누구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 방자역은 코믹함에 천방지축으로 튀는 맛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방자과'에 속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정적인 게임인 바둑은 이런 성격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진정제와 같다. 바둑이 좋은 점은 그것에 푹 빠져 심취할 수 있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서 기보를 놔 보거나 복기를 하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없다. TV화면에 비치는 모습처럼 평소 덜렁거리는 생활이 바둑으로 차분히 정리정돈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브라운관 안에서는 항상 조연이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언제나 주연이다. 그것이 좋기도 하다. 바둑이 연기생활에 보탬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살이에는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연기가 느낌을 찾는 것이라면 바둑은 감각을 찾는 것은 아닌지. 느낌이 좋은, 개성이 강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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