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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성 - 정당한 승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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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승부의 아름다움, 바둑
어릴 적부터 나는 바둑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따로 바둑을 배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말 그대로 '아버지 어깨너머'로 익혔다.
'아버지'란 단어를 뱉을 때면 난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괴상망측'한 지난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일부 경쟁주자가 악의적으로 내 부친을 좌익으로 몰아 상처를 입히기도 했는데, 「내 바둑 입문기」를 쓰자면 도리없이 부친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부친(이충영)은 일제시대에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엘리트였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직접 요청에도 불구하고 창씨개명, 신사참배, 일본어 상용, 학병 권유설 등을 모두 거부하시다가 해방 3년전 판사를 그만두셨다. 판사를 그만 둔 뒤 일본 이름이 없어 변호사 개업도 못한 부친은 친구들과 강원도 정선에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모으셨는데, 그러나 50년 6·25당시 각기병에 걸려 피난가지 못하고 혜화동 집에 숨어 계시다가 장남인 나와 동생(이수인·국회의원)이 보는 앞에서 정치보위부원에게 끌려 납북되셨다. 그때 연세 44세.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몽둥이를 들고 먼발치로 뒤쫓아가며 구출의 틈을 보았으나 끝내 결행하지 못했다. 그게 부친과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법조계에 기록되어 있는 부친에 대한 평가는 '준재로서 배짱이 보통이 아닌 호걸남아'였다. 편모슬하에서 자라면서도 우리 8남매는 '이충영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앙천무괴(仰天無愧), "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살라"는 부친의 가름침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다.
판사였던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워
부친의 기력은 지금으로 치면 아마5∼6단의 국수급이었다. 법조계의 바둑1인자로 한국기원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장경근씨가 두점을 깔고 두었다. 부친은 장씨와 조남철 국수 등과 어울려 우리집에서 자주 바둑을 두셨다. 초등학교 때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오목 정도나마 떼었다고 기억되나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이미 5
급 실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서울고를 다닐 무렵엔 이미 1급 반열에 올라 있었다.
바둑은 교수를 하면서 많이 뒀다. 청년 교수시절 한국기원은 종로구 관철동에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술을 좋아하는 나는 그때 관철동 골목에 있는 '낭만'이라는 맥주집에 종종 들렀는데, 거기에는 젊은 김인 국수, 윤기현 국수, 고재희 七단 등이 자주 출입했다. 처음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으나 얼마 안가 프로기사인 것을 알게 되었고, 술과 안주를 돌리면서 서로 친하게 되었다.
바둑격언, 가령 위기십결 등은 기훈(棋訓)이기에 앞서 인생철리 비슷하게 이해하고 배우려 애쓴다.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경우가 많고, 또 너무 우직한건지 정직한건지 성동격서(聲東擊西)도 잘못한다. 인생진리를 제대로 못 배운 바 아직 많은 것이다.
바둑은 선비의 도
서울대 총장과 총리를 지내면서 거의 바둑을 두지는 못했지만 열정만은 뜨거운 그대로 식지 않았다.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친 사람의 입장으로서도 바둑을 권하고 싶다. 아마 나만큼 바둑을 많은 사람에게 가르친 이도 드물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둑의 정당한 승부를 일깨우고 정당한 승부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하는 것, 바둑은 노동 뒤의 놀이문화로서, 또 교육적인 면에 있어서도 두뇌계발 이상의 효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이제까지 단 한번도 바둑을 잡기로 여기지 않게 했다. 바둑은 약은 수가 통하지 않는, 일종의 '선비의 도'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지극히 서민적인 게임이라 애정이 간다.
기풍이랄 것도 없지만 굳이 말하라면 내 바둑은 다분이 공격적이다. 국회의원 중 최고수인 장재식 선배(새 정치국민회의, 한국기원 이사)에게는 두점바둑이다. 서울대 출신의 1급바둑끼리 벌인 대회에서는 조순 한나라당 총재를 물리치고 우승한 일이 있다. 아우 수인에게는 솔직히 두점을 붙여야 어울릴 것이란 느낌이 들지만 '형의 권도(?)'로써 호선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람을 사랑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정치이다.
[이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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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돌도기 |
｜ 2006-09-11 오후 10:4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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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아! 그립다. 민족의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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