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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과 小林光一[16]: 기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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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의 기성 8연패는 일본바둑계로 보자면, 실로 아주 대단한 기록중의 하나일 것이다. 시각을 달리해 조치훈과 고바야시 두 기사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 8연패는 모두 조치훈이 나타난다고 하는 고바야시의 각오와 긴장의 8년에 다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햇수로 9년째, 바둑계의 빅카드가 성사됐다. 본인방전에서의 3년연속 대결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치훈이 빼앗으려는 입장이었다.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3회,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2회,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야마시로 히로시(山城宏) 등 강호를 차례차례 격퇴시켜온 고바야시도 마침내 조치훈의 예봉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시한번 일본 관전기자가 기록한 조치훈과 고바야시의 92년 본인방전 후의 짤막한 대화를 옮겨본다.
고바야시: "조치훈 씨의 강함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조치훈 씨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조치훈: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고바야시 씨가 강하다."
고바야시: "겸손할 필요 없다. 지금 내가 패하지 않았는가?"
조치훈 : :아니다. 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방은 내가 방어하는 입장이다. 내가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고바야시 씨의 기성과 명인에 도전해서 승리했을 때다."
이것은 1992년 본인방전 최종국인 7국이 끝난 직후, 두 사람이 주고 받았던 대화의 일부분이다. '이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도전해서 승리했을 때'라고 규정한 조치훈, 조치훈은 이말을 실천에 옮겼다. 위의 대화가 오간지 1년 반 뒤의 일이다.
기풍의 차이-많이 이기고 많이 졌다
 1승 1패 후 맞은 제3국을 되돌아보자. 백74부터 흑83까지 10수를 참고도에 옮겨 놓는다. 백1, 3의 준비에서부터 백5로 부딪쳐간 것이 흑돌의 안형을 위협하고 있다. 고바야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흑6으로 지켰고, 조치훈은 기분좋게 넘어갔다. 흑6으로는 왜 뚫고 나오지 않았을까? 흑돌의 생사에 대해서 수읽기의 오류가 있었던 것일까? 백은 좌우를 연결하면서 재미있는 국면이 됐다.
당시의 심리를 조치훈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때까지 고바야시가 호조였기 때문에 형세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움츠러든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고바야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흑8도 크기 때문에 백7과 흑8이 맞보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타입이다."
조치훈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흑7로 내려서는 것도 용기있지만, 흑6으로 절제하는 것도 용기있는 수이다. 꾹 참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렇게 절제하는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절제하는 수를 높이 사고 싶다."
이와같은 절제에 의해서 고바야시는 많이 지고, 많이 이겼다. 조치훈도 또한 뚫고 나오는 것에 의해서 많이 지고, 많이 이겼다. 그 합은 거의 엇비슷할 것이다. 특별히 이 장면을 여기에 올린 것은 두 사람의 기풍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이다.
여하튼, 이 때의 기성전은 조치훈에게 자신이 있었다. "고바야시에게 이길 수 있다"라는 그러한 느낌 말이다. 이 느낌은 되려 3년 연속의 본인방전 대결 때,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바야시와 조치훈은 꽤 격렬하게 싸웠다. 그들도 이제 나이를 먹어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 온지가 좀 되었지만 사실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다. 아직도 일본 바둑계의 정상에 머물러 있는 조치훈과 고바야시. 그들의 대결은 이제 아주 천천히 역사속으로 묻혀지며 아련한 추억이 되고 있다.
<끝>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게 감사드리며 조치훈-고바야시 라이벌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류승필 spryoo@baduk.or.kr )
○... 조치훈 9단은 이후 명인까지 쟁취하며 다시 한번 대삼관의 자리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왕리청, 조선진. 요다 노리모토 등에게 대삼관의 타이틀은 모두 양보하게 됐다.
●...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현재 碁聖타이틀을 보유중이며 과거에 비해 작은영토지만 정상의 일각에 한발 걸치고 있다.
○... 관련기보는 제18기 일본기성전 도전3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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