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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과 小林光一[10]: 이기는 것이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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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인생의 초창기에 조치훈에게 압도적으로 밀렸던 고바야시. 그들의 차이는 하루아침에 좁혀졌던 것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쫓아갔던 것이다.
1985년 7번기에서 최초로 '타도 조치훈'을 달성했고 명인에 올랐던 고바야시는 그해 말 기성전 도전권을 손에 넣었다. 간절히 원할 때는 눈 앞에 다가온 듯하면서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도전권이, 지금은 저절로 굴러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미 2연패를 달성한 십단(十段) 타이틀에 더해 조치훈으로부터 빼앗은 명인(名人), 이시다에게서 천원(天元)까지 회득한 고바야시는 일본기전 3관왕으로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성전 최고기사결정전 결승에서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을 2 : 1로 격파하고 기성 도전권도 획득했다.
라이벌 조치훈과 연속해서 7번기를 펼치게 된 것이다. 기성전은 세모에 도전자를 결정한 후 세밑에 7번기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마침내 밝아온 1986년, 고바야시는 '조치훈 교통사고를 당하다.'라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란다. 조치훈을 병문안 간 고바야시는 중상을 당해 병실에 누워 있는 조치훈을 보고 '7번기 중 적어도 1, 2국은 대국불능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바야시의 기분이 여러 가지로 복잡했으리라는 것은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누가 뭐라고 해도 둔다.(=목숨을 걸고 둔다)'는 승부사 조치훈의 비장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조치훈이 둔다?!. 둘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바람은 없다. '이동이 문제라면 병원에서의 대국이라도 상관없다'고 고바야시는 생각했다.
기성전 7번기는 여러 가지 난관을 딛고 당초의 예정대로 진행됐다.
도전 제1국, 고바야시 승. 역시 조치훈이 당한 교통 사고의 후유증은 승부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또 다시 '7번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소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치훈은 도전 제2국과 3국에서 완승했다.
당시 바둑계는 조치훈의 강인한 정신력에 대해서 경악하며 깊은 감동을 느낀다. 물론 그것을 가장 통절히 느낀 것은 고바야시였다.
'조치훈의 투지는 상상 이상이다. 만만히 볼 수 없다. 상대는 병자가 아닌 승부사 조치훈. 승부에 있어 동정은 금물이다. 동정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고바야시는 전력투구하기 위해서 집중했다. 제3국이 끝난 다음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도전4국부터 내리 3연승을 거뒀다. 명인전에 이어 또다시 조치훈을 꺾은 것이다. 이것으로 4관왕.
게다가 조치훈을 꺾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남달랐다. 고바야시는 조치훈을 넘어선 진정한 1인자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은 고바야시의 말이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이제 쫓기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가 중요하지요. 조치훈은 틀림없이 곧 뒤쫓아 올 것입니다.'
아래 소개하는 바둑은 기성전 최종국이다. 고바야시는 '최후까지 미세한 바둑이었다. 그러나 나 자신은 흑99로 어깨를 짚었을 때, 근소하지만 우세하다고 느꼈다.'라며 이 대국을 진단했다. 상당히 두터웠던 백 모양을 깨뜨린 흑99는 당시 승부의 흐름을 돌린 아주 좋은 수로 평가받았다. 이후, 어려운 싸움이 계속됐지만, 이 수가 없었다면 7번기에서 고바야시의 승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흑99는 기성 획득의 한수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엔(吳淸源)'은 당시 물이 오를대로 오르고 있던 고바야시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바야시는) 밸런스가 좋다. 형세판단이 정확하고, 결단도 빠르며. 공격도 강하다. 결점을 찾을 수 없다.'라고.
류승필 사이버오로 컨텐츠 팀장 spryoo@bad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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