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장실에 간 사이 초읽기를 하면…
|
|
|
|
|
89년 돌풍대결 김원 二단과 차수권 初단의 대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린 김二단이 바둑을 역전시키며 긴장이 풀린 탓인지 급히 화장실로 직행했다. 마침 차初단이 장고를 하고 있으므로 '설마 그 사이에 두랴'고 생각한 것. 몇 분 후 숙고를 마친 차初단이 착수. 기록자 정현산 二단은 난감해 하며 초읽기를 속행,(도전기나 속기전, 국제대회에서는 기록 계시가 따로따로지만 일반대국에서는 기록자가 계시까지 병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당사자가 없는 가운데 '열∼∼!'까지 세고 말았다.
잠시 후 시원한 표정으로 나타난 김二단이 대국을 하려고 자리에 앉자 정二단이 "마지막 초읽기가 끝났는데…"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아연실색한 김二단은 "착수를 하고 화장실에 가는 때는 초읽기를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고 항의. 난처해진 진행측은 원로기사 윤기현 九단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처럼 초읽기에 몰린 상태에서 대국자가 화장실에 가면 어떻게 되나?
이런 경우는 예외를 인정한다. "바둑룰에는 없지만 관례상 착수하고 화장실에 갈 경우에는 초읽기를 하지 않았다."는 윤기현 九단의 판결을 듣고 대국은 속개됐다. 때아닌 돌풍이 불 뻔한 이 해프닝의 결과는 김二단의 승리였다. 답은 이미 말했듯이 초읽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김二단도 이 관례를 몰랐다면 어떻게 되는가. 승패가 뒤바뀔 뻔하지 않았는가.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