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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Story]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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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30일 제15기 기성전 4강전
○ 류재형 6단 ●김승준 8단
흑기사 김승준 8단의 이야기
판은 나쁘지 않았다, 유리한 판이었고 종반무렵 미세해 지긴 했지만 여전의 나의 우세. 남은 시간도 1시간여정도,... 많이 남아 있었다. 우상에는 양패의 모양으로 백(류재형)이 버티는 모양이 있었지만 이는 팻감으로 유용할 뿐. 좌하에는 흑이 패를 만들어 살아 가거나 빅을 만드는 모양이 됐다. 어느 곳을 결정하고 선택할 것인가?. 계속해서 집을 셌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집을 셌다. 아직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계속해서 집을 세고 팻감을 셌다. 4패빅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의 승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이 판을 무승부로 만들수 있는 선택권이 나에게 있었다. 4패빅을 확실히 보아 놓고 다시 집을 셌다. 팻감, 계가, 이런 것 저런 것을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초읽기.
초읽기에 돌입해서 마지막 힘을 짜내 형세판단과 계산을 한번 더 해냈다. 미세하고 미세했지만 반집은 확실히 이기는 길이 순간적으로 머리에 잡혔다. 우상귀의 팻감을 없애고 패를 한다면 적어도 반집은 확실히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먼저 내집을 메꾸며 나아가는 승부수다. 계산이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불안하다. 4패빅의 무승부로 우회할 길이 아직 나에게는 남아있다.
초읽기의 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이번 판을 이기면 도전자 결정전 3번기이다!. 상금도 4강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결혼까지 하고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나는 지금 상금에 확실히 민감하다. 나는 이를 부인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상금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모험을 걸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선택은 나에게 달렸다. 나는 나의 수읽기를 믿고 있다.
4패빅은 확실히 100% 무승부로 재대국을 벌어야 하지만 재대국에서 (류재형을)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승부를 결정하기로 한다면 현재의 수읽기로 보아 70~80%이상의 확률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상금도 지금보다 많을 것이다. 예선과 본선에서의 끔찍한 경쟁을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순간을 뚫고 나가야 정상을 바라 볼 수 있다. 이런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0% 확실한 무승부! - 4패빅을 포기해야 한다.
결심했다. 우상을 해결하고 좌하를 단패로 만들어 승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수순은 1시간동안 형세판단과 수읽기를 해왔던 대로 외길 수순처럼 이어졌다.
이런!!......
수읽기에 착오가 있었다. 팻감 하나, 끝내기 하나를 수읽기에서 놓쳤다.
한 수순의 잘못된 계산으로 딱 반집을 졌다.
4패빅 바둑을 반집지다
- 문제의 장면
장면은 월간바둑 3월호에 소개된 실전의 내용이다. 1시간 가까이 고뇌를 거듭하던 흑기사 김승준 8단이 2로 따내 기가막힌 반집 승부가 벌어졌다.
1도 실전진행
맨 처음 장면도처럼 우상귀에서 흑이 따낸 것은 자기 집을 메워 팻감을 없앤 것이다. 백1로 착수한 결과 좌하귀는 패의 결과에 따라 빅이 되거나 흑이 넉점을 잡고 살아간다. 흑기사는 이 패를 이기기 위해 우상을 먼저 정리한 것이다. 바둑은 백이 패를 이어 빅을 만들었다. 자기집을 메꿔가며 팻감까지 없앴는데 패를 진 것이다.
2도 4패빅
4패빅으로 나가는 코스다. 백1로 따냈을 때 흑2로 두면 흑은 최소 무승부다. 백3~흑6까지 좌하귀의 양패이며 백7부터 흑12까지 다시 우상귀에서 양패다. 보기힘든 4패빅의 무승부가 탄생할 뻔 했던 것이다. 흑기사는 이 길을 포기하고 승부의 길을 택했다.
지난 1월 김승준 8단에게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 실제 일어난 시간은 좀 경과되었지만 승부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나름대로 자세하게 설명된 흔치 않은 경우다. 김승준 8단이 당시의 승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줬기에 구성이 가능했다.[C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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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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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놔둬 |
｜ 2004-03-22 오전 10:0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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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대국시의 프로의 심경...아마들에게 많이 궁금한 세계지요. 재미있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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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아주 잘 쓰셨습니다. 내면의 세계를 일부나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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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덤벙
